[역사문화권 특별법 5관왕 장수군 속살 들추다] (9)후백제 때 부처가 교화하는 불국토 아니었을까?

2025-10-22

 #장수군 지명으로 불국토를 연출

 불교 경전의 정수가 법화경(法華經)이다. 석가모니의 40년 설법을 집약한 경전이다. 법화경에서 유래된 법화산(法華山)이 장수군 천천면 춘송리와 계남면 화양리 경계에 위치한다. 이 산 남쪽에 위치한 봉화산보다 높이가 낮지만 엄연히 법화경에서 산 이름이 유래하였다. 언제부터 법화산으로 불렀는지 아직은 그 의미가 학술조사로 검증되지 않았다.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 산줄기가 시작되는 분기점에 영취산(靈鷲山)이 있다. 고대 인도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그리하(王舍城) 주위에 있던 영취산은 석가모니의 설법 장소로 유명하다. 2015년 국가유산청에서 긴급 발굴비를 지원해 주어 영취산 정상부에서 장방형의 봉화대와 산정식 산성의 역사성이 심층적으로 검증되어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금남호남정맥에서 북쪽으로 뻗은 산자락에 백화산(白華山)이 위치한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장수군 장계분지가 한눈에 잘 조망되는 곳이다. 아직은 백화산의 의미를 단정할 수 없지만 관세음보살과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화엄경에서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산스크리티어 ‘버타락가(補陀落迦)’를 번역한 불교에서 쓰는 용어가 백화도량이다.

 부처가 있는 나라 또는 부처가 교화하는 극락정토를 불국토(佛國土)라고 한다. 법화산과 백화산, 영취산의 의미를 하나로 묶으면 장수군이 자연스레 불국토가 된다. 불교 관련 산 이름으로 불국토를 이룩한 곳은 전국에서 장수군이 유일하다. 장안산이 그 당위성을 다시 또 입증시켰고, 봉황산이 장수군의 위상을 최고로 높였다. 장수군은 지명으로 정치와 경제, 종교를 수놓았다.

 #장수군, 후백제의 동쪽 핵심 거점

 장수군의 또 다른 명산이 장안산으로 산의 이름과 관련하여 두 가지의 이야기가 전한다. 하나는 예전에 장안사(長安寺)라는 절에서 그 이름을 따서 장안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당나라 도읍 장안(長安)처럼 장수가 풍요롭게 잘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은 두 가지 견해가 학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후자의 주장이 더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전북 동부에서 철기문화가 전래된 장수군은 한반도에서 제철유적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장안산은 장수군에서 제철유적과 숯가마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명산으로, 그 정상부에는 돌로 쌓은 장방형의 가야 봉화대가 있었다고 한다. 아직도 유적과 유물로도 풀지 못하는 장수군 역사의 미스터리가 장안산 지명 속에 숨어있지 않을까?

 중국 역사와 문화의 심장이 서안(西安)이다. 수나라, 당나라 등 11개 왕조 1100년 이상 도읍으로 애당초 이름은 장안이었다. 옛적에 장수군의 풍요로움을 지명에 수놓아 장수군의 철산개발과 장수군의 발전상을 지명으로도 살필 수 있다. 장계면 명덕리 대적골 제철유적에서 청동제 소형 동종과 후백제 기와류가 쏟아져 당시 지상낙원이었음을 유물로 실증하였다.

 #팔공산 여덟 절터 찾기 프로젝트

 옛 지도와 문헌에 성적산(聖積山)으로 등장하는 팔공산은 전북 동부가 한눈에 잘 조망된다. 팔공산 동쪽 기슭에 위치한 팔성사는 조선시대 부속 암자 터에 다시 세운 절이다. 백제 무왕 때 해감에 의해 창건된 팔성사는, 그의 설법을 듣고 귀의한 7명의 제자를 기리기 위해 7개의 부속 암자를 거느린 거찰(巨刹)이었다고 한다.

 신라 진평왕 25년(603) 신라 해공대사가 절을 창건하자 원효, 의상이 머물렀는데, 그 당시 불법을 펼 때 향기가 퍼져 나왔다는 만향점(滿香岾)이 절 근처에 있었다고 전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운점사(雲岾寺)가 나온다. 조선 숙종 8년(1682)에 만든 ‘동여비고(東輿備考)’에는 팔공산이 성적산으로 등장하고, 그 산에 운점사와 팔성암이 표기되어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을 모신 여덟 충신이 전사한 대구 팔공산은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장수 팔공산도 여덟 절터를 찾아 불교의 명산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한다. 올해 팔공산 절터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가야문화연대의 도전에 큰 경의를 표한다. 장수 개안사지가 학술 발굴조사로 후백제의 왕실사찰로 검증되었기 때문에, 장수군 내 절터를 찾는 지표조사와 역사성을 검증하기 위한 발굴조사가 추진되었으면 한다.

 #장수군 장계분지, 인문학 정원이다

 장수군은 엄밀히 표현하면 지붕 없는 노천 박물관이다. 초기 철기시대 마한문화와 철기문화의 전파를 설파한 장수 남양리 유적이 최고의 압권이다. 이때부터 천 년 동안 쉼 없이 이어진 철산개발로 백두대간 서쪽에서 유일한 봉화 왕국을 탄생시키고 불국토를 연출하였다. 선사시대부터 사통팔달하였던 거의 모든 옛길도 장수군으로 통할 정도로 교역망의 심장부를 이루었다.

 장수군 장계분지는 한반도 인문학의 정원이었다. 구석기시대부터 후백제까지 어느 한순간도 빈틈없이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유산이 골고루 산재해 있다. 장계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에는 가야 고총과 여덟 갈래 봉화로의 정보를 하나로 취합하던 장수 삼봉리 산성이 있으며, 북쪽에는 추정 왕궁터와 국가 제사유적도 위치하여 장수가야의 실체와 국격을 최고로 드높였다.

 6세기 중엽부터 70년 이상 신라가 차지하고 있었던 장수군 철산지를 백제 무왕이 다시 되찾아 장계분지에는 가야와 백제, 신라의 유적과 유물이 공존한다. 마한부터 후백제까지 천 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진 철산개발이 장수군을 전북 동부에서 정치 일번지로 이끌었다. 장수군이 한 시대 지상낙원으로 풍요로웠음을 개안사지 등 수많은 절터를 통해 다시 공감할 수 있다.

 장수군은 국가유산청 주관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5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천년 고도 경주 못지않은 고대 문화유산의 왕국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주에서는 여전히 발견되지 않고 있는 고대 봉화가 장수군에는 더 있다. 후백제의 멸망으로 장수군의 제철유적이 기약 없는 긴 잠 속으로 빠져들면서 철기문화가 농경문화로 바뀌었다. 앞으로 민관학의 융복합 연구로 장수군 고대문화의 부활과 함께 장수군의 대도약을 염원해 본다.

 /곽장근 국립군산대학교 가야문화연구소 소장

 장수군 고대문화의 화룡점정 절터

 장수군에는 절터가 많아도 너무 많다. 옛날 어느 때인가 장수군이 넉넉하고 풍요로웠다는 것을 수많은 절터가 방증한다. 장수가야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린 천천면 삼고리 유적 위쪽 탑상골에 5개소의 절터가 있다. 장수읍 시내를 굽어살피는 봉황산 동쪽 기슭에도, 장계분지 진산 성주산 서남쪽 기슭 상단부에도, 장수가야의 첫 추정 왕궁터 부근 요전마을 위쪽 골짜기에도 절터가 있다. 솔직히 고고학으로 본 장수군은 절터 왕국이다.

 가야사 국정과제 때 장계면 삼봉리 탑동마을 개안사지가 학술 발굴조사를 통해 후백제의 왕실사찰로 다시 태어났다. 후백제 때 창건된 개안사가 후백제 멸망과 함께 폐찰되었다가 조선 후기에 다시 중건되었다. 장수가야의 추정 왕궁터 위에 후백제가 다시 절을 지어,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익산 왕궁리 유적을 똑 닮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계북면 양악리 석탑은 아주 심하게 훼손되었지만 심방사가 있었음을 알려준다.

 후백제는 장수군 철산지를 동쪽 거점으로 삼고 제2의 전주로 인식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장수군은 철의 생산과 유통으로 이상향의 세계를 이룩하고 불교문화를 찬란하게 꽃피웠던 것 같다. 법화산, 백화산 등 불교 관련 지명을 통합하면 장수군은 저절로 불국토가 된다. 장수군의 불교문화는 전북 동부 고대문화의 화룡점정이다. 최근에 가야문화연대 주관 지표조사에서 찾은 팔공산 운점사지에서 영취산을 바라본 장수군은 불국토 그 자체였다.

 /곽장근 국립군산대학교 가야문화연구소 소장

종합=이방희·송민섭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자문위원

▲곽장근 소장

국립군산대학교 인문콘텐츠융합대학 역사학과 교수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추진위원회 자문위원

후백제연구회 회장

호남고고학회 회장

국립군산대학교 박물관장

국립군산대학교 가야문화연구소 소장

▲노기환 원장

전라북도미륵사지유물전시관(학예연구사)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과(학예연구관)

후백제연구회(회장)

온문화유산정책연구원(원장)

▲백승기 박사

주)승보건축사사무소 대표

주)뱅기노자 대표

사)신지식장학회 상임이사

걸어서 역사 속으로 탐방대 슈퍼바이저

건축사/도시공학박사

한켠 슈퍼바이저

▲한수영 원장

전북대학교 사학과 박사 졸업

군산대학교 사학과 강사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강사

호남문화유산연구원 수석연구원

고고문화유산연구원 원장

▲전상학 실장

전북대학교 대학원 고고문화인류학과 박사 수료

군산대학교 박물관 근무

전북문화재연구원 근무

군산대학교 역사철학부 강사

전주문화유산연구원 학예연구실장 

▲조명일 학예연구사

 국립공주대학교 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재단법인 전북문화유산연구원 근무

 국립군산대학교 가야문화연구소 초빙교수

 국립군산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사

 호남고고학회 14대 총무이사

 현 후백제학회 총무이사

▲유영춘 학예연구사

공주대학교 문화재보존과학과 박사과정 수료

국립군산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원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원

국립군산대학교 가야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국립군산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사

▲김세용 대표

전사들(전북을 사랑하는 사람들) 산악대장

전북도민일보 걸어서 역사속으로 자문위원

큰샘출판 대표

▲이현석 학예연구사

군산대학교 사학과 고고학 전공 석사학위 취득

군산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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