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인걸요…전통시장의 새 바람 MZ 사장 [場(장)다르크 이야기⑤]

2024-09-15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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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 태어나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달군 이들은 X세대, 1980년부터 2000년대에 태어나 현재 20대와 30대를 보내고 있는 이들은 MZ세대(밀레니얼세대(M세대)+Z세대)로 불린다.

이런 당대를 이끄는 ‘세대교체’의 바람이 전통시장에도 일고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전통시장을 지켜온 여성 상인의 뒤를 이어갈 준비가 한창인 MZ 여성 상인을 만나러 기획취재팀은 용인과 의정부로 향했다.

■ 아홉 번째 場다르크. 용인의 ‘젊은 피’ 한윤정 대표(29) 이야기

‘용인중앙시장’을 알리는 조형물 넘어 새하얗고 깔끔한 네일샵 ‘꼬미고’에서 만난 한윤정 꼬미고 대표(29). 앳된 얼굴의 29살 꼬마 사장 한 대표는 “안녕하세요. 전통시장에서 네일샵을 운영하고 있는 20대 MZ 사장 한윤정입니다”라며 간단하게 자기를 소개했다.

한 대표는 “지난해 8월 이곳 용인중앙시장 초입에 네일샵을 오픈했어요. 워낙 어렸을 적부터 근처에 살아서 그런지 시장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없었죠. 네일샵 자체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 같은 이미지여서 그런지 초반에 손님 유치가 좀 어려울 거 같았는데, 주변 상인분들이 오시기도 하고 50대부터 60대 손님도 많아요. 아, 80대 고령 손님도 계십니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상호도 원래는 스페인어로 ‘나와 함께’를 뜻하는 ‘꼰미고’로 지었다가 어르신들이 발음하기 어려우실 거 같아서 꼬미고로 바꿨는데, 입에 착 붙는 느낌이 들어서 더 좋은 거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직원으로는 오랜 시간 일했지만, 대표는 처음 맡게 됐다는 한 대표는 “태어나 처음으로 벽지부터 바닥재, 인테리어 전부 제 손으로 하게 된 가게라 애정을 많이 갖고 있는데 아무래도 대표가 처음이라 부족한 점도 많아요”라며 “제가 시장에서는 어린 축에 속하다 보니까 상인분들이나 나이가 지긋하신 고객분들이 오시면 장사하는 팁, 가게를 운영하는 비결 같은 것도 많이 알려주시기도 하고, 저를 딸처럼 여겨주시는 부분이 전통시장 MZ의 장점인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 “용인중앙시장이 큰 시장이라서 출퇴근길에 들려 간단히 장도 볼 수 있고, 생각보다 장점이 많답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한 대표는 MZ다운 트렌디한 감각으로 많은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가게를 열고 나서 오신 많은 분들이 시장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 네일샵이 생겨서 너무 좋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죠”라고 말했다.

끝으로 한 대표는 “시장에는 저 말고도 청년 상인분들이 운영하시는 카페, 디저트 가게, 소품 가게 같은 곳도 많아요. 전통시장에 젊은 사장들이 유임되면서 2030분들도 많이 찾아주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젊은 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아 이끌어가는 전통시장의 색다른 모습도 앞으로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라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 열 번째 場다르크. 의정부의 ‘딸내미’ 차지호 모꼬지 대표(31) 이야기

의정부제일시장 가동 색색의 옷을 지나 도착한 ‘모꼬지’. 이곳은 94년생 차지호 대표의 취향을 한껏 담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가득했다.

털이 복슬복슬해 손이 절로 가는 열쇠고리부터 예쁜 머리핀, 일상복에도 잘 어울리는 머플러와 비녀까지. 여심을 자극하는 귀여운 소품에 둘러싸인 차지호 대표는 취재진을 환한 얼굴로 맞이했다. 차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1년1개월째 귀여운 소품샵을 운영하고 있어요”라며 가게 개점 준비로 바쁜 모습이었다.

의정부 토박이인 차 대표는 사실 엄청난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의정부를 떠난 적이 없어요. 치위생사를 전공하면서도 의정부에 계속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치위생사가 성향이랑 맞지 않는다고 느꼈고, 그 길로 미용을 배우기 시작해서 지금 남편이 하는 바버샵에서 같이 일하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미용사가 아닌 소품샵 사장님이 된 데는 아이들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차 대표는 “아이들이 워낙 어렸고 손이 많이 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아이들만 집에 놔둘 수 없는 노릇이었죠. 아이들이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예약을 취소하고 병원을 가야 했기 때문에 손님들한테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금 자유로울 것 같은 자영업을 택하게 됐죠”라면서도 “근데 자영업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문을 닫는 일이 일쑤여서 개업 초반엔 적자일 때도 있었죠”라고 덧붙였다.

차 대표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게 된 건 주변 상인들의 도움이 컸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출근해야 하는 날이 있을 때 손님이 오시면 앞 가게 옷집 사장님, 옆 가게 한복집 사장님들이 아이를 봐주셨어요. 제가 손님 한 분이라도 더 응대할 수 있도록 애 써주셨죠”라며 “남편이 가까이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긴 하지만, 급하게 등을 갈거나 물건을 고쳐야 할 때도 항상 제일 먼저 와주시는 상인 분들이 계셔서 제가 1년 넘게 이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내에서 귀여운 소품샵을 운영하는 차 대표는 그만의 비결도 생겼다. 차 대표는 “여자라면 0살부터 100살까지 귀여운 건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꼭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물건뿐 아니라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좋아할 상품도 많이 가져다 두고 있어요. 어느 80대 손님은 ‘귀여운 열쇠고리가 유행’이라는 말에 용기를 내서 곰돌이 열쇠고리도 구매하셨어요”라고 했다.

차 대표는 시장에 애착이 깊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오가며 들렀던 시장에서 어느덧 제가 사장이 돼 이렇게 가게를 운영하는 게 때론 믿기지 않을 때도 있어요. 시장에 참 좋은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오래도록 일할 수 있게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어요. 저도 처음엔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씩 이곳, 전통시장에 스며드는 것처럼요”라며 웃음 지었다. 기획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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