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을사년, 뱀의 지혜와 과감함으로 ‘위기’를 ‘기회’로

2024-12-31

청룡의 해가 저물고 푸른 뱀의 해 ‘을사년’이 밝았다. 뱀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결정짓는 능력을 지닌 지혜로운 동물로 지혜와 기량, 부귀, 행운을 상징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파동이 적잖은 탄핵정국이 있었고 경제지표들이 불안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경제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추정치)로 그다지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

코로나19 대확산 종료 후 회복세에 힘입어 세계 경제의 성장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올해에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는 세계 경제의 재균형 움직임으로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세계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미국의 정권교체가 지구촌 전체에 큰 폭의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 2기 내각이 예고한 관세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세계 경제의 경기둔화세는 예상보다 더 심화될 것이다. 무역이 위축되면 각국의 수입물가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대확산(Pandemic) 수준으로 심각해질 수 있다. 서아시아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와 물류불안에 따른 공급측면 인플레 요인이 가중될 것이다.

무엇보다 예측 가능성이 낮은 트럼프의 협상가 스타일의 정치 리더십은 미국을 포함한 지구촌 전체에 더 많은 잠재적, 실질적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화되면 지구촌 전체가 잠재적 위험에 더 넓고 더 깊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무역과 재정 양측 모두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2기 내각이 2025년 가상화폐로 국채를 매입, 채권수익률을 하향 안정화 한 뒤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하향을 유도할 지도 주목된다.

국제사회는 지난 2021년 글로벌최저한세(필라2)와 디지털세(필라1)의 국제조세 분야에서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4년이 지나도록 세부적인 규칙을 정하지 못했다. 이는 조세회피 방지와 다국적 디지털플랫폼 기업들의 과세소득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문제를 ‘조건부 연계’ 시켰기 때문에 불가피한 진통과정으로 해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관세정책을 축으로 미국의 배타적 이익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2021년 바이든 집권기에 이룬 다자간 국제조세 합의를 담아내지 못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지구촌에서 가장 먼저 글로벌최저한세(필라2)를 입법화했다.

우리나라는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 소재국이 글로벌최저한세 적용을 위한 소득산입보완규칙 전환 중에 있다면 법령 적용을 면제받도록 한다’는 내용을 2024년 세법개정안에 추가했다. 또 글로벌최저한세로 결손을 본 금액 중 15%를 이연법인세 자산으로 반영, 순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연도에 사용할 수 있게 국제조세법률을 개정했다.

금융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2024년 금융투자소득과세 폐지와 가상자산과세 2년 유예를 확정했다. 세계 3개 채권지수 중 하나인 영국 런던증권거래소(FTSE) 세계국채지수(World Government Bond Index, WGBI) 편입이 지난해 11월 확정돼 2025년부터 본격 편입된다. 금융투자소득세과세가 어렵게 됐지만, 국제직접금융시장에서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됐다. 금투세 폐지가 WGBI 편입의 전제조건이었다는 점은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모두들 2025년의 경기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이 많다. 그렇지만 한국경제는 ‘위기’가 아닌 적이 거의 없었다. 높은 무역의존도, 에너지 순수입국, 지정학적 요인 등에 따른 성과 저평가(Korea Discount)로 항상 불리한 여건 속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4년에 겪은 정치 불안으로 대외신인도, 증시, 환율 등에 악영향이 미치는 현장을 여과 없이 목도했다. 지구촌의 ‘정보 비대칭’이 사라져 각국의 다양한 불안요인들이 발생하면 ‘실시간’ 경제지표에 반영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매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다시 ‘위기’ 징후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나오는 가운데 ‘뱀’의 해가 시작되었다. 뱀처럼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갖춘 지혜로운 국민과 지도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그동안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해 왔듯이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호연지기와 지혜가 필요한 이때 조세금융신문도 정부, 기업,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위기극복에 지혜롭고 현명하게 언론으로서의 소명을 다할 것이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

조세금융신문 대표이사·발행인 김 종 상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