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숙박 양성화, 10년째 ‘검토’ 중인데…이번에는 될까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2025-10-12

미국의 이른바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가 오는 10월 16일부터 영업신고가 안된 숙소를 자사 플랫폼에서 퇴출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국내 숙소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업신고 없이 숙박업 운영은 불법’으로 당연한 이야기인 데 이제야 퇴출 이야기가 나온 것이 오히려 아이러니하다. 전직 대통령 딸까지 관련되는 등 그동안 불법 공유숙박 업소 문제는 계속 사회적 논란이 돼 왔다. 이런 에어비앤비를 포함해 현행 영업 중인 공유숙박 업소 가운데 80~90%가 어떤 식으로든지 불법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공유숙박은 관광한국 조성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럼에도 불법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월10일 보도자료를 내고 공유숙박에 대한 일부 규제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업무처리 지침’의 30년 노후·불량건축물 규제에 관한 규정의 삭제와 주인(호스트)에 대한 외국어 서비스 평가 기준 완화 등이 제시됐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해당 지침 개정으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외국인 관광객이 민박 숙소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공유숙박 문제의 핵심쟁점에서는 빗겨나 있다.

공유숙박 논란은 지난 2014년 에어비앤비가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하면서 바로 불거졌다. 에어비앤비 방식의 공유숙박 영업이 국내 서비스 환경에서는 불법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문제다. 뭐가 문제일까.

지난 9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김교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주최로 열린 ‘3000만 시대 관광혁신 포럼 - 관광산업 질적 성장을 위한 공유숙박 제도혁신 방안 토론회’에서 이와 관련된 주요 문제들이 제기됐다. 공유숙박이라는 것은 기존 호텔과는 다른 숙박을 의미한다. 이름 그대로 일반인들이 일부 ‘빈 방’을 숙박객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런 용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법률상 공식 명칭은 아니다. 서울시는 ‘대체숙박업’이라는 명칭을 쓰기도 한다.

지난달 토론회의 전문가 발제에 따르면 현행 ‘공유숙박’ 분야에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한옥체험업, 농어촌민박업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한옥체험업은 한옥에서 숙박을 판매하는 것이고 농어촌민박업은 농어촌 지역 특수한 경우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결국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말그대로 외국인 관광객 대상이다. 우리 국민은 숙박할 수 없다. 그리고 규정상 주인(호스트)가 실제 거주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독채’를 빌릴 수는 없다. 오피스텔이나 원룸 대여도 안된다. 이에 해당하는 것은 특수한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 불법이다. 공유숙박을 이용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불법에 관련돼 있다.

물론 조금만 생각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앞서 조항들이 폐지에 가장 반대하는 것은 호텔업계다. 일단 호스트의 실거주 의무를 없애고 ‘독재’를 빌려줄 수 있게 될 경우 이는 일반적인 호텔과 마찬가지가 된다. 개인이 집을 다수 사들여 여러 채의 ‘독채’ 숙박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호텔에서는 호텔업을 운영하기 위해서 수많은 규제를 이행하고 있는데(18가지라는 평가도 있다) 도시민박은 이들 규제 없이 운영하는 것은 안될 말이라고 한다. 도시민박에 규제를 풀려면 자신들에 대한 규제도 풀어달라고 한다. 호텔업계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관광진흥법상 ‘호텔’은 관광숙박업에,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은 관광객 이용시설업으로 구분돼 있다.) 특히 내국인이 이용할 경우 호텔 영업에 피해가 가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앞서 국회 토론회에서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석했지만 제도혁신을 논의한다면서 제기된 안에 대한 주된 반대측, 즉 호텔업계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이러니했다. 이날 토론회에 호텔업계에서 발제자나 패널로 참석했으면 아마 ‘싸움’이 났을 것이다.

공유숙박 문제가 최근 다시 부각된 것은 지난 7월 취임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관광업계 출신이고 앞서 저서에서 ‘공유숙박’에 대한 전면적인 허용과 활성화를 주장했다는 점이다. 최 장관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대한민국 관광대국의 길-관광은 반도체 산업 이후의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이라는 책이다.

다만 책은 “지역주민들과의 갈등, 숙박업 규제 준수 문제, 세금 문제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이해 관계자들 간의 협력과 소통이 필요하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규제와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전제를 달기는 했다.

물론 장관이 바뀌고 문화·관광 친화적인 정부가 새로 들어섰다고 해서 공유숙박에 대한 논란의 무대가 변화한 것은 아니다. 문체부가 지난 10일 해소한 일부 규제가 여전히 사소한 것인 이유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제도는 지난 2012년 기존 관광진흥법에 추가됐다. 외국인 방한관광 활성화 차원이었다. 법 조항이 ‘외국인 관광’ 대상이니 외국인 이외에 내국인의 이용 허용은 불가능했다. 에어비앤비가 국내 도입되고 곧바로 규제 문제가 제기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인 2016년 2월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공유민박업’이라는 이름으로 내국인 허용 등이 처음 추진됐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지난 10월 2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TF 회의에서는 ‘지역관광 활성화 추진’과 관련한 ‘공유숙박’ 문제에 대해 “관광산업 활성화 및 다양한 숙박수요 충족을 위해 ‘내국인 공유숙박’ 제도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검토’다. (이날 경제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는 “내국인 공유숙박 제도화를 추진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차이는 논의 시작할 때는 외래 관광객 유치 2000만 명이 목표였고 지금은 3000만 명으로 바뀐 상태다.

숙박업에 대한 진짜 ‘빅딜’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도 숙박을 문체부 위주로 말했지만 실제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등 10여개 부처도 함께 발을 담그고 있다. 문체부는 이른바 ‘관광숙박업’을 관할하고 또 다른 숙박업은 다른 부처에서 맡고 있다.(진짜 말 장난이 아닌, 법률용어 문제다.)

과거 박근혜 전 정부때 모든 숙박 업종 관리 일원화를 위해 범정부적인 논의가 시작된 적이 있지만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방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중단됐다. 공유숙박 문제는 전반적인 숙박 문제와 함께 풀어가면 해결할 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관광진흥법 차원이 아니라 숙박법으로 묶어보면 어떨까 한다. 미래 외국인 3000만 명이 방한하면서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도 다종다양한 숙박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이른바 ‘공유숙박’이라는 용어는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빈 방이나 집을 빌려주는 것은 엄밀한 의미로 ‘공유’(共有·두 사람 이상이 한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하거나 이용함)은 아니다. 여전히 단독 주인이 있고 새로운 대여나 임대, 렌털 형태 뿐이다. 공유라고 순화한 말이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점도 있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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