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한 번에 한 획씩, 패턴 반복할수록 잡생각이 사라져요

2025-08-10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거나 직접 그림을 그릴 때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고 평온해집니다. 이런 미술 활동은 과학적으로 심리적 효과가 있다고 입증됐는데요. 미술치료 이론가이자 미술치료사 캐시 A. 말키오디는 “색칠 활동이 명상과 유사한 뇌파를 유도한다. 또 집중력을 높이고 디지털 피로를 완화한다”고 말했죠. 미술을 통한 심리적 안정은 단지 현대 미술치료에서만 강조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예로부터 세계적인 거장들도 힘든 순간마다 붓을 들며 자신을 치유해왔다고 해요.

네덜란드 출신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나는 고통을 잊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릴 때만 정신이 맑아진다”고 했어요. 그림은 그에게 있어 현실의 괴로움을 잠시 잊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거죠. 강렬한 자화상으로 내면의 고통을 표현했던 멕시코 출신 화가 프리다 칼로는 “나는 나 자신을 그린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대상이기 때문이다”라며 그림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속했다고 해요. 또 “예술은 내 삶을 구했다”고 고백한 일본의 현대미술가 야요이 쿠사마는 반복되는 도트 패턴 안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고 알려졌고요. 미술 활동은 예술가에게 창작을 넘어 심리적 안식처이자 자기 치유의 도구였던 거죠.

2005년 미국에서 생긴 젠탱글(Zentangle)도 이런 목적으로 시작됐다고 해요. 집중·몰입·명상을 뜻하는 젠(Zen)과 복잡하게 엉킨 선·패턴을 뜻하는 탱글(Tangle)의 합성어인 젠탱글은 반복되는 패턴을 그리며 명상 효과를 얻는 예술 활동으로 주목받았죠. 특히 그림 그리는 것에 전문적 지식이나 소질이 없어도 젠탱글을 표현하는 방법(method 8단계)을 배우면 단시간에 멋진 작품을 완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감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고가람·황지인 학생모델이 한연숙 공인젠탱글교사(Certified Zentangle Teacher·CZT)를 만나 젠탱글 아트에 도전했습니다.

젠탱글은 2005년 미국에서 캘리그래퍼이자 식물 일러스트레이터로 이름을 알린 마리아 토마스와 명상가로 활동하던 릭 로버츠 부부로부터 시작됐어요. 어느 날 마리아는 릭이 자신을 여러 번 부른 것도 모른 채 작업에 빠져있었다고 해요. 마리아가 "아무 걱정 없이 그림에만 집중했다"고 말하자, 스님 생활을 통해 명상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릭이 "당신은 지금 명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했죠. 이후 두 사람은 자신들이 경험한 일을 다른 사람이 따라 할 수 있도록 몇 단계로 나눠 가르치기로 결심했는데, 이게 바로 젠탱글 아트가 된 겁니다.

"선생님은 어떤 계기로 젠탱글에 매료됐나요?" 지인 학생모델 질문에 한 교사는 “저는 미술 수업을 한 지 23년 됐는데, 항상 새로운 재료나 기법 등 재미있는 미술 요소들을 찾는 걸 좋아해요. 2019년 우연히 젠탱글과 만났는데,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공인 교사에 도전했죠. 7년째 젠탱글 작업을 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아요”라고 설명했어요. 특히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젠탱글은 패턴을 연구하고 조합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해요. 또 초보자가 시작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죠. "드로잉이나 수채화 등 전문적인 그림을 배운다면, 처음에 좀 어렵고 막막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또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러나 젠탱글은 처음 접하는 사람도 아주 쉽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죠. 이런 점이 젠탱글의 매력이에요."

준비물도 간소해요. 젠탱글 타일(8.9×8.9cm의 정사각형 종이)과 일반 연필보다 짧은 젠탱글용 연필 그리고 찰필(연필로 그린 작화에 부드러운 명암을 주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만 준비하면 돼요. 타일을 유심히 본 지인 학생모델은 "타일이 손바닥만 해요. 왜 이렇게 작아요?"라고 물어봤죠.

"젠탱글 타일은 집중력 유지와 효율적인 창작을 위해서 일부러 작게 만들었어요.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 패턴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작은 크기라서 부담 없이 작업할 수 있죠. 그리고 여러 개의 타일을 조합해 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특히 젠탱글 기본 철학인 '한 번에 한 획'을 실천하기에도 용이하며, 종이가 작다 보니 다양한 방향으로 돌려가며 편하게 작업할 수 있죠. 젠탱글에는 정답도 실수도 없어요. 그래서 지우개가 필요하지 않아요. 이미 그린 패턴은 나름대로 개성을 살려 작업을 계속하면 됩니다."

한 교사는 젠탱글 타일 각 코너에 연하게 점을 찍으라고 제안했어요. “찍은 점을 선으로 연결하면 젠탱글 타일이 4등분 되는데, 이때 선을 꼭 반듯하게 그리지 않고 구불구불하게 그려도 돼요. 이 선을 스트링(string)이라고 불러요.” 이에 두 학생모델은 각자 개성에 따라 스트링을 타일에 그렸어요. "타일에 기본적인 밑바탕을 그렸다면 이제 연필 대신 얇은 펜을 들고 스트링 안 공간에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달팽이 무늬를 그려 채워주면 되는데요. 이 무늬를 프렝땅탱글(Printemps)이라고 불러요. 너무 규칙적으로 그리지 않아도 되니까 각자 스타일대로 프렝땅을 채워보세요." 프렝땅탱글을 완성한 두 학생모델은 다음으로 '홀리보(Hollibaugh)' 패턴 작업에 돌입했죠.

"나뭇가지가 얼기설기 쌓인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홀리보 패턴은 막대 모양의 선을 반복적으로 그려 넣는 것이 특징이에요. 겹겹이 쌓이는 선들은 독특한 질감과 입체감을 형성하여 그림에 생동감을 더해요. 또 규칙적인 선을 그리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패턴들은 누가 만들었고, 저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요"라고 가람 학생모델이 말하자, 한 교사는 "그럼요. 이런 패턴들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자신이 만든 탱글을 양식에 맞춰 미국젠탱글협회에 제출하면 돼요. 우리나라 젠탱글 공인교사 중 탱글을 만든 분이 세 분 정도 계세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젠탱글 패턴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가람 학생모델이 다시 물었습니다. “우리가 앞서 그린 프렝땅·홀리보 같은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데, 이는 젠탱글 기본 철학에서 비롯돼요. 젠탱글은 자유로운 창의성과 집중력을 경험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패턴 이름에 의미를 담지 않아요. 이런 행위는 젠탱글 아트 목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해서죠.”

이어 한 교사는 반달 모양을 반복해서 그리는 '크레센트 문(Zentangle Crescent Moon)' 패턴을 소개했어요. “크레센트 문을 그릴 때는 타일을 잡고 전체를 돌려가며 반원을 그리는 게 포인트죠. 반달을 그릴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다 그린 후 반달을 까맣게 칠해줘야 해요. 이때 간격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해요.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간격이 틀어질 수 있으니 힘을 빼고 반달을 색칠하는 게 좋아요.”

마지막 탱글은 ‘플로즈(Florz)’로 그물망 모양을 기본으로 하며 겹쳐지는 부분에 다이아몬드 형태를 추가해 그리는 패턴이었습니다. 먼저 그물망 모양의 기본 틀을 그린 다음 틀 안의 각 칸에 다이아몬드 모양을 추가해 겹쳐지는 부분을 표현하면 돼요. 이런 과정을 거쳐 모든 탱글을 그리고 음영으로 입체감을 넣어주면 멋진 작품이 완성됩니다. 젠탱글에서 명암 넣기는 그림에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단계로, 이때 찰필을 사용하면 보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명암을 만들 수 있다고 해요. 한 교사는 “처음에는 작은 영역부터 시작해 명암 넣기에 익숙해진 후, 넓은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 좋아요. 명암 표현에 정해진 규칙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죠”라고 조언했어요.

“젠탱글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지인 학생모델이 물었죠. “젠탱글은 마음이 힘들거나 고민이 있거나 또 생각이 많아 복잡할 때 등 마음을 쉬게 해주고 싶을 때 하면 좋은 힐링 프로그램이에요. 젠탱글을 그리는 순간에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잡념이 정리되는 차분함을 느낄 수 있으니 꼭 한번 도전해 보세요.”

동행취재=고가람(서울 송화초 4)·황지인(서울 봉은초 6) 학생모델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후기

미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젠탱글 아트 취재 소식을 듣고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젠탱글 아트를 처음 경험해봤는데, 재미있고 배우기 쉬운 활동이었어요. 작품을 완성해보니 누구나 한 번쯤 배워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는 방식이 다른 미술 프로그램과 달라 신기하고 흥미로웠거든요. 특히 패턴을 그리다 보면 집중하게 되고 그런 순간을 반복하니까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마지막에 만든 키링도 마음에 들어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요.

고가람(서울 송화초 4) 학생모델

저는 이번 취재에서 젠탱글에 대해 배우고 그리는 체험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젠탱글을 배운 경험이 있었으나 그 당시에는 젠탱글의 의미와 개념을 정확히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 취재를 통해 젠탱글이 어떤 특징이 있고 효과를 자아낼 수 있는지 잘 알게 됐죠. 젠탱글은 구조화된 패턴을 반복해 그리는 그림인데 하나의 패턴마다 고유의 이름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총 4가지의 패턴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는데 그리는 동안에 마음의 평화가 오고 집중하게 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황지인(서울 봉은초 6) 학생모델

글=이보라 기자 lee.bora3@joins.com,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