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농가일수록 전체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비 비중은 높아지고 교통·통신비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소비구조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농업경제학회는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한국 농가의 소비지출 패턴변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농가의 전체 소비·지출은 55∼59세에 정점을 찍었다가 줄어드는 ‘역U자’형 패턴을 보였다. 항목별 소비는 연령별로 크게 달랐다.
우선 식료품비는 69세까지 금액은 늘어나지만 총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했다. 그러다 70세가 넘어가면 금액은 줄어들면서 비중은 커지는 형태를 보였다. 고령화에 따라 소득이 낮아져도 식료품비는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필수재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마땅한 지원책이 없는 경우 고령층의 식생활이 부실해질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교통·통신비는 감소했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농촌인구의 이동성과 통신 접근성에 제약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 외 교육비 지출은 학령기 자녀를 둔 50세 미만 농가에서 가장 높았고 나이가 들수록 눈에 띄게 감소했다. 보건의료비는 나이 들수록 금액과 비중 모두 급격히 증가했다.
연구를 수행한 민선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책전문연구원은 연령별 소비·지출 구조에 따른 정책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령층에 대한 식료품비 지원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통계청이 시행한 ‘2023 사회조사’에서 재정 상태가 악화했을 때 가장 먼저 줄일 지출항목을 묻는 항목에 60세 이상이 ‘외식비’와 ‘식료품비’를 각각 1·2위로 꼽았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2023 노인실태조사’에선 65세 이상 노인의 49.7%가 식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식생활은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정책 공백이 길어지면 고령층의 삶의 질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정부 정책 가운데 고령층농가를 대상으로 한 식생활 지원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전국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에게 지원됐던 농식품 바우처가 일정 역할을 했지만, 내년부터는 사업규모가 대폭 축소될 예정이다. 사업 대상이 중위소득 32% 이하 가구 가운데 임산부, 영유아, 초·중·고등학생이 있는 가구로 한정되면서 고령가구는 제외됐다.
아울러 고령농가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고령자 친화적인 통신서비스 개발도 요구된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