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대부(代父)' 이용태 삼보컴퓨터 설립자 별세

2025-04-14

이용태 삼보컴퓨터 창업자가 14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고(故)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은 1980년 삼보컴퓨터를 설립해 PC 대중화에 기여한 대한민국 1세대 벤처기업가이자, 우리나라 정보기술(IT) 등 전자 산업의 기틀을 닦은 인물다.

1932년생인 고인은 서울대 문리과대학 이학부 물리학과에 서울대 전체 차석, 물리학과 수석으로 입학했다. 서울대 졸업 이후에는 미국 유타대 대학원으로 유학해 통계물리학(부전공 전산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고인은 대학 2학년 때부터 수학 학원 강사 및 수학 참고서 저자로 명성을 날렸다.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고인은 1980년 삼보컴퓨터 전신인 삼보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자본금 1000만원, 직원 7명으로 시작한 고인은 설립 6개월 만에 국내 최초의 PC 'SE-8001'을 만들었다.

삼보컴퓨터는 한때 '국민 PC'로 불리며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고인이 우리나라 가정용 PC 시장을 연 개척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1996년에는 한국전력 등과 두루넷을 설립했다. 한국전력이 설치한 광케이블망과 지역 케이블TV망을 이용해 초고속인터넷을 최초로 서비스했다.

고인은 SW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열정으로 1997년 인천 송도에 SW 대규모 단지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인은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에 힘쓴 공로로 2020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통신 특별 공로상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고인은 우리나라를 '인터넷 강국'으로 성장시킨 선도자였다.

1980년대 정부 주도로 데이터통신망 구축 때 당시 오명 체신부 차관이 고인에게 데이터망 구축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오 차관은 IBM에 맡기지 않고 우리 힘으로 데이터망을 구축할 적임자가 고인이라고 판단했다. 고인은 처음에는 사업 때문에 바빠 거절했지만, 데이콤 사장을 맡았다.

이후 우리나라 최초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두루넷, 무선호출(삐삐) 서비스 회사 나래이동통신도 설립했다.

고인은 미래 인재교육에도 지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70세가 넘은 나이에 1987년 설립된 박약회 회장으로 활동해왔다. 박약은 논어의 '박문약례'(博文約禮 널리 학문을 닦고 예를 지킴)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유교문화 발전을 위한 유학자들의 모임에서 시작한 박약회는 군인과 학생들을 위한 인성교육 사업과 함께 시골 마을에서 현대식 향약을 실천하는 운동을 해왔다. 인성교육을 수료한 인원만 100만 명이 넘는다.

고인은 삼보컴퓨터 회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명예회장을 맡아 한국 경제와 전자 산업 발전에 헌신했다.

고인은 2005년 삼보컴퓨터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파산을 하는 부침도 겪었다. 삼보컴퓨터는 2012년 차남인 이홍선이 인수해 경영 중이다.

발인 18일 오전 7시 30분, 장지는 경북 영덕군 창수면 인량리 선영이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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