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휴고상' 제정…수상작 판권수출·할리우드서 영화 제작도

2025-10-29

한성봉 동아시아 출판사 대표는 1998년 회사 창립 이후 ‘새로운 시도’를 멈춘 적이 없다.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연구하던 그는 당시 문학 출판 시장의 견고한 생태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대형 출판사들이 이름 있는 작가를 중심으로 시장을 선점한 탓에 신생 출판사에는 벽이 너무 높았다. 출판사를 차리기로 결심한 그는 돌파구로 과학 서적을 선택했다. 2018년 이후 출판계에서 매년 단행본 발행 부수가 내리막을 걷는 와중에도 동아시아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끊임없는 시도에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에 만든 과학소설(SF) 전문 브랜드 ‘허블’이다. 당시 그는 “한국에도 휴고상·네뷸러상처럼 SF 작가들을 위한 등용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내 최초로 ‘한국과학문학상’을 제정했다. 이 상을 통해 김초엽과 천선란 같은 작가들이 세상에 나왔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회 수상작)’은 수십 만 부가 팔리며 한국 SF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4회 수상작)’은 해외 15개국에 판권이 판매돼 워너브러더스와 영상화 계약까지 성사됐다. 올해로 제8회를 맞은 한국과학문학상은 신인만 응모할 수 있었던 제한을 없애고 기성 작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등 외연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 대표는 “중견 출판사가 문학상을 꾸준히 이끌어 오는 일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한국 SF의 디딤돌 역할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허블’ 외에도 의학·보건 전문 브랜드 ‘히포크라테스’, 과학적 만들기 감각을 살린 ‘메이커스’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한 대표는 “아버지와 아이가 새를 조립하며 비행의 원리를 배우는 풍경을 상상하면서 ‘메이커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메이커스’에서 발간하는 비정기 간행물은 과학적 원리를 소개하는 동시에 자율주행차 키트, 인체 해부 모형 등 체험형 상품을 함께 구성해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새로운 시도는 ‘공간’으로 확장됐다. 허블의 이름을 딴 ‘카페허블’과 ‘남산책방’은 출판과 독서가 만나는 열린 공간이다. 독자와 창작자가 교류하며 아이디어를 나누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올해는 좀 더 과감하게 새로운 브랜드 ‘물결점’을 론칭한다. “‘출판계가 어렵다’ ‘책을 안 읽는다’는 말만 반복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업계의 구성원으로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죠. 젊은 편집자들과 함께 언어의 외연을 확장하자는 것이 저의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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