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지금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전동화’라는 거대한 파도가 ‘캐즘(Chasm)’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무조건적인 전환 대신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공존하는 ‘파워-믹스(Power-Mix)’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많은 브랜드들이 이 복잡한 과도기 속에서 효율성과 생존 사이의 균형을 맞추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이 와중에 들려온 ‘포르쉐 글로벌 영업이익 99% 하락’ 소식은 업계에 던져진 폭탄과도 같았다. “그 수익성 좋던 포르쉐마저 흔들리나?”라는 우려는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것은 위기에 대한 비명이 아니다. 2026년 이후의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과거의 부실을 털어내는 ‘전략적 리셋’이자,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체질 개선’이다.
글로벌 본사가 재정비를 거치는 동안, 한국 시장의 데이터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포르쉐 코리아의 실적 추이와 높은 전동화 비중은 본사가 추진 중인 전략의 실효성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선행 지표다. 포르쉐가 그리는 큰 그림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영업이익 99% 감소, 그 이면의 포르쉐
영업이익 급락, 단순히 차가 안 팔려서일까? 겉으로 드러난 숫자는 충격적이다.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4,000만 유로(약 600억 원). 전년 동기 40억 유로와 비교하면 99%가 증발했으니 위기설이 돌 만도 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것은 철저히 계산된 적자다. 포르쉐는 이번 분기에 무려 27억 유로(약 4조 원)를 일회성 비용으로 처리하며 회계상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이 막대한 자금은 허공으로 사라진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전략적 유턴’에 쓰였다. 바로 ‘배터리 자체 양산’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비용이다.

여기에 ‘개편의 행보’ 역시 이어진다. 자회사 ‘셀포스’를 통해 직접 공장을 짓고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계획을 과감히 백지화하고, 대신 고성능 셀 설계와 R&D 집중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는 불확실한 제조 리스크를 털어내고, 포르쉐가 가장 잘하는 ‘기술’과 ‘차량 완성도’에 자원을 올인하겠다는 고도의 ‘교통정리’다.
즉, 99% 하락은 단순 손실이 아니라 ‘재무제표의 전략적 리셋’이다. 800V 시스템과 차세대 전동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거의 매몰 비용을 한 방에 청산하고, 가벼운 몸으로 2026년을 맞이하겠다는 의지다. 경영진이 문책을 당하는 대신 자신 있게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속 이어지는 ‘미래를 위한 포르쉐’의 행보
재무적 숨 고르기와 별개로, 제품 로드맵은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다.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타이칸’으로 전동화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면, 이제 볼륨 모델인 ‘마칸 일렉트릭’으로 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대하고, 최근 베일을 벗은 플래그십 SUV ‘카이엔 일렉트릭’으로 전동화 라인업의 정점을 찍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로드맵을 뒷받침하는 비결은 ‘기술적 초격차’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800V 전압 시스템과 마칸에 적용된 PPE(Premium Platform Electric) 플랫폼은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주행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정교한 토크 벡터링과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이 더해지며 마칸 일렉트릭은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에 내연기관의 다이내믹함을 결합한 ‘데일리 스포츠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나아가 포르쉐는 이 전동화 기술을 ‘파워 믹스’ 전략 전반에 적용해 내실을 다진다.
신형 911(992.2)을 보자. 여기에 탑재된 ‘T-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비 효율이 아닌 오직 ‘퍼포먼스’를 위해 전기를 쓴다. 이러한 구성과 결실을 통해 순수 전기차부터 하이브리드까지, 구동 방식은 달라도 “포르쉐가 만들면 다르다”는 고성능의 본질은 변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그들만의 고집이다.

마티아스 부세 체제, 미래를 증명한 포르쉐 코리아
글로벌 본사가 숨을 고르는 사이, 한국 시장은 마티아스 부세 대표의 지휘 아래 ‘포르쉐가 그리는 미래’를 현실에서 가장 먼저 증명해 보였다. 경기 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가치 중심 성장(Value over Volume)’ 전략을 고수하며, 단순한 판매량 방어가 아닌 브랜드의 체질 자체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성적표가 이를 방증한다. 11월 기준 누적 인도량 9,739대로 ‘1만 대 클럽’ 복귀를 목전에 뒀지만,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전체 판매의 60%가 전동화 모델(BEV+PHEV)이며, 5년 전 1%에 불과했던 순수 전기차 비중은 32%까지 치솟았다. 이는 한국 시장에서 ‘고성능 전동화 브랜드’로의 전환을 완벽하게 마쳤음을 의미한다.

성공의 핵심은 치밀한 ‘파워 믹스’와 과감한 투자다. 마칸 일렉트릭과 타이칸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흡수하고, 911 GT3와 파나메라 GTS로 기존 팬덤을 결집시켰다. 여기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성수 서비스 센터’, 라이프스타일 거점 ‘스튜디오 한남’ 오픈 등이 이어졌다.
이러한 포르쉐 코리아의 행보는 말 그대로 ‘차를 파는 브랜드’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브랜드’로 진화하겠다는 마티아스 부세 대표의 비전이 투영된 결과다. 결국 한국 시장은 글로벌 포르쉐가 꿈꾸는 미래가 결코 허상이 아님을 실적으로 증명한, 가장 확실한 ‘레퍼런스’가 된 셈이다.

기술 발전과 ‘과감한 리셋’ 그리고 이어질 미래
포르쉐 코리아가 보여준 ‘질적 성장’과 ‘전동화의 성공적 안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단순한 지역 법인의 성과를 넘어, 글로벌 포르쉐가 지향하는 ‘가치 중심 성장’ 전략이 시장에서 유효함을 입증하는 선명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이 먼저 보여준 이 가능성은 포르쉐 전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신을 더해준다.
이러한 확신을 바탕으로 포르쉐는 대외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앰비션 2030′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다. 신차의 80%를 순수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장기 목표 아래, 재무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털어내고 기술적 내실을 다지는 ‘숨 고르기’를 마쳤다.
이제 다시 펼쳐진 출발선, 포르쉐는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그 귀추가 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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