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미국의 쇠락을 막을 수 있을까

2024-12-04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아슬아슬하다는 보도가 많았지만 생각보다 일방적으로 승리했다. 유럽의 극우화 흐름과 같은 흐름이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구 선진국들에서 인플레이션은 높아지고 소득은 늘어나지 않아 불만이 높다. 그래서 자국우선주의를 외치는 극우파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도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1945년 세계 GDP의 28%를 차지했다가 1960년 40%로 상승하였으나 점진적으로 하락하며 이제 22~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사람들도 74%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1950년 이후 미국이 더 나아졌느냐는 질문에 50%만 그렇다고 대답했고, 50%는 더 나빠졌다고 대답했다. 특히 백인, 기독교복음주의자, 노인들의 불만이 높다. 지난 70년간 미국이 별로 나아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반절이나 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렇다면 미국사람들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트럼프를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일까?

미국의 현 상황에 불만인 사람들이 트럼프를 불러냈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믿고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핵심정책으로, 외국상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여 내국기업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중국산에 대해서는 60%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현 2.8% 수준과 비교하면 엄청난 폭증이다. 이는 다른 나라들의 반발을 불러 세계적인 관세인상과 무역축소를 불러올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가장 커다란 피해를 입힐 것이다. 미국도 수입품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서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1922년 미국이 관세를 38%로 상승시키자 유럽도 보복관세를 물려 세계경제가 심하게 위축되었다. 1929년 대공황이 나타났을 때도 미국은 국내산업보호와 고용창출을 위해 관세를 60%로 급상승시키자, 보복관세가 이어지며 세계무역이 급속히 축소되고 경기침체가 심화되었다. 이에 극심한 혼란을 겪은 나라들이 극우화되면서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지난 70년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자유무역의 기조를 깼다. 미국이 최대 강대국이라 미국을 제재할 수 있는 나라는 없기 때문에, 서로 관세를 높이는 보복관세전쟁으로 나타날 것이다. 지난 70년간 미국이 매년 막대한 무역적자를 용인하던 부드러운 세계패권 시기에 동아시아는 크게 성장했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이를 용인하지 않고, 강압적 패권을 사용하여 미국부터 살고 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정책에 미국인들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불만과 불안이 높아진 미국인들이 과거처럼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관세와 강압적 패권을 사용하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퇴행적 행위이지만, 그게 미국 대중이 원하는 흐름이다. 트럼프가 뻔뻔한 거짓말을 하고 인종차별을 하고 여성차별을 해도 내 삶이 팍팍해지는 것을 개선할 수 있다면 트럼프를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미국을 더 강하게 내 삶을 더 좋게 만들어달라는 뜻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을까? 지난 1기의 트럼프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꼼꼼하고 세밀한 계획을 세워 질서정연하게 이를 실천하는 통치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자의적으로 개인적인 변덕에 의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적 인간관계를 통해 또는 공포와 사탕발림을 통해 사업하듯 통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그렇게 요직들을 임명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의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는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4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정덕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초빙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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