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직원 마약 밀수 연루 의혹’ 증거 없었나…조만간 무혐의 결론 가닥

2025-02-12

한국 세관 직원과 마약업자의 유착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외압을 받았다는 이른바 ‘세관 직원 마약 연루 및 수사 외압’ 수사가 성과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해당 의혹의 증거를 찾지 못해 조만간 무혐의 불송치 처분을 할 예정이다.

1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말레이시아 마약 유통 조직원을 통해 국내로 대량의 필로폰을 들여왔다고 의심되는 한국인 총책 A씨(46)와 여러 세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왔으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3년 9월 백해룡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은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으로부터 약 834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압수했는데, 조직원들로부터 ‘밀반입 당시 세관 직원들이 도움을 줬다’는 진술이 나와 수사를 벌였다. 이어 이 과정에서 조병노 경무관(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등 경찰 수뇌부와 관세청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외압 의혹 수사는 서울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자리를 옮긴 백 전 과장을 제외한 기존 영등포서 수사팀이 그대로 남아 진행했다. 수사팀은 한국인 전달책의 과거 행적 등을 수사해 A씨를 ‘한국 보스’, 즉 총책으로 특정했다. 그는 2022년 필로폰 200g을 매수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수감된 채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지난해 가을 수감 중인 A씨를 찾아 조사를 벌였다.

A씨는 세관원을 매수했거나, 국내로 대량의 필로폰을 들여왔다는 혐의에 대해 모두 “처음 듣는 얘기”라며 부인했다. 그의 혐의를 입증할 다른 단서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잘 아는 마약 사건 브로커 B씨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A씨는) 그 정도 일을 벌일 급의 인물은 아니다”라고 했다.

경찰은 세관 관계자들을 상대로도 조사를 벌였지만 마약 밀수에 개입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차례 압수수색에도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국제 마약 밀수 조직이 들여온 대량의 필로폰을 압수하는 등 성과를 냈고 밀수 조직원의 진술에 따라 세관으로도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고광효 관세청장 등 세관 관계자와 조병노 경무관 등이 백 전 과장과 경찰 지휘부에 세관 관련 내용이 포함된 언론 브리핑을 늦춰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외압 논란으로 번졌다. 윤석열 정부가 마약 수사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했고 지난해 8월에는 국회에서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청문회가 열렸다. 이 과정에서 정작 대량의 필로폰을 누가 들여왔는지, 국내에 얼마나 유통됐는지 등 수사의 핵심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서울경찰청 지휘부는 조만간 이 사건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는 지난해 하반기 나올 예정이었는데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연기됐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구속으로 지휘부가 공석이 됐고 담당 형사들도 비상계엄 당일 국회 인근에 투입됐다는 이유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낸다고 해도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11일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상설특검 법안을 발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송치·불송치 등 사건 처리 방식이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할 수 있는 수사는 최선을 다해서 했다”고 말했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관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은 너무 나갔다”며 “수사팀 관계자들이 할 말이 많을 텐데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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