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조은진, 박선영 / 정리: 이민정
조은진(이하 “조”): 오늘 <반구대 사피엔스>의 현정훈 편집감독님이랑 인터뷰 진행하게 됐는데요. 자기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정훈(이하 “현”): 그냥 편집 나부랭이고요. 제가 편집 일을 하는 건지 연출부 막내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취업 사기로 작년에 내려와서 1년째 울산에 발이 묶여 있고요. 드디어 영화가 들어갔네요. 네, 행복합니다.
조: 연출부 막내인지 정체성이 헷갈리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현: 저예산이다 보니까 모든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까 다들 힘들고. 그러다 보니까 지금 편집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현장에 뛰어나오게 된 거고. 안 나오면 (감독이) 죽일 것 같았어요, 저를. 그래서 지금 운전도 하고 가서 짐도 나르고 연출부들 지도도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조: <반구대 사피엔스> 영화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됐을까요?
현: 작년에 이민정 감독님께서 영화를 같이 찍자고 연락이 왔어요. 이민정 감독하고 옛날부터 작업도 같이 해보고, 꽤 오랫동안 알았거든요. 전에 작품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작품이 괜찮았거든요. 이번에도 괜찮은 작품이 나오겠다, 싶어서 내려왔습니다. 1년이 넘었네요.
조: 1년 동안 다양한 작품들을 씨네울산에서 하셨는데.
현: 지금 처음 들어가는 거예요, 영화는. 다양한 일을 많이 했죠. 짐을 나르거나, 못질한다거나, 드라이버를 돌리거나. 제초 작업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드디어 영화가 들어갔는데, 지금 막내를 하고 있죠, 연출부 막내를. 제작부 막내도 겸해서 하고 있습니다.
조: 1년 만에 들어간 작품인데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받으셨을 때 어떠셨을까요?
현: 시나리오가 여러 번 바뀌었어요. 장르가 다 다르거든요? 처음에 나온 건 굉장히 심각한 휴먼 드라마인데, 웃음기 하나 없는, 말 그대로 그냥 진지함의 극단을 달렸던 드라마였고요. 두 번째는 약간 코믹한 버전이었고. 그러니까 상투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찍을 수 있는 그런 거였고.
지금 시나리오는 뭐랄까, 제약이 있거든요, 사실. 이 시나리오를 하는 데 있어서 지원작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이민정 감독님께서 많은 걸 내려놓으셨죠. 그럼에도 여건에 맞춰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시나리오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조: 시나리오가 반구대라는 실제 마을의 주민들에 관한 이야기가 가미된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장르를 표현하고 있는데, 작년에 많은 일들을 하시면서 실제로 주민분들과 소통하시고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셨잖아요? 마을 주민이랑 실제로 소통하시면서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현: 글쎄요. 지금 영화에도 그런 것들이 표현돼 있는데, 예를 들어서 촬영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었고, 그러니까 카메라 자체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고. 또 다큐멘터리다 보니까 주민들의 일상을 여러 가지를 담게 되잖아요. 카메라가 따라다니면 거기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었고. 우리 촬영 감독님 같은 경우는 욕도 많이 드셨고.
그다음에 마을 회의할 때, 그게 영화 시나리오에도 다 표현이 된 부분들인데, 마을 회의를 할 때 카메라를 펼쳐 놓으면 거기에 대한 거부감들을 좀 표출을 하셨었죠. 결국은 이제 허락을 받고 이해를 해주시고, 회의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아서) 촬영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시는 부분까지 갔어요. 그런 부분들이 기억에 남고.
제가 배운 거는, 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 우리가 사실 반구대라는 곳을 관광 삼아서 왔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그냥 암각화만 망원경으로 보고 갔겠죠. 하지만 마을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주민들을 통해서 들으면서 음… 아, 이 대곡리라는 곳이 사람이 사는 곳이다, 단순히 암각화만 있는 게 아니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애환 이런 것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이상으로 그런 것들이 있구나, 라는 걸 많이 느꼈고.
제가 지방에 촬영을 가더라도 사실 그 지역의 주민들하고 접할 일은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이게 다큐멘터리 장르를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주민들을 많이 접하게 되고, 그분들이 겪는 일상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까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좀 높아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어떻게 보면 교훈적이죠, 제 입장에서는.
조: 아까 자기소개를 부탁드렸는데 아주 짧고 심플하게 설명을 해 주셨어요. 이제 편집감독으로서 현정훈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아주 많은 작품을 하셨잖아요.
현: 저에 관한 이야기는 뭐랄까, 저는 영화를 25년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극영화는. 그전에는 다큐멘터리 작업도 좀 했고요. 사실 처음에는 편집이 뭔지 몰랐어요. 그냥 모 감독님께서 야, 나랑 같이 작업하자면서 다큐 작업을 같이, 편집 작업을 했었는데 그 이후에 그분이 영화 연출을 하시면서 같이 좀 도와주지 않으련? 해서 현장에 합류했고.
원래 연출부 쪽으로 합류했다가 네가 거기서 현장 편집을 좀 해다오, 해서 거기서 현장 편집을 하면서 편집이라는 분야를 처음 겪었죠, 그 영화에서. 근데 처음에는 저도 모르니까 많이 헤맸죠. 혼도 많이 나고. 그런데 한 작품 두 작품 하다 보니까 좀 이해가 되더라고요.
편집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법칙이라는 게 없어요. 이론적으로 쇼트가 어떻게 되고 앵글이 어떻게 되고, 이럴 때는 저렇게 붙이고 이럴 때 어떤 효과를 위해서 어떤 앵글을 붙이고 어떤 감정을 붙이고,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모든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에요. 근데 모든 감독이 같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 다 다릅니다. 편집도 달라지고요. 거기서 편집 기사의 성향을 조금 첨부하는 거죠. 영화에서 그런 게 편집이라고 생각하고.
편집은 한마디로 말해서 감독과, 편집감독이라고 하셨는데, 보통 영화 현장에서는 감독이라는 말을 안 붙이고 편집기사라고 그래요. (영화는) 편집기사와 감독과의 합을 맞춰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편집기사가 양념 소스를 뿌려주는 그게 주가 된다고 보시면 돼요.
영화는 감독의 예술입니다.
조: 이번 작품이 제법 실험적인 컷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러면 (영화는) 감독과 편집기사가 함께하는 예술이라고 하셨는데, 이번 영화의 편집은 어떻게 보고 계실까요?
현: 지금 제가 연출부 막내하고 제작부 막내를 하면서 데이터 백업만 받아서 지금 디테일하게 보질 못했어요. 근데 보면 실험적인 앵글, 실험적인 앵글이라기보다는 실험적인 편집이 나올 것 같아요. 그러니까 쇼트와 쇼트의 연결성을 어떻게 가져갈 거냐에 대한 것들이 많이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다른 영화에 비해서.
다른 영화들은 다 따준다고요, 타이트하게. 그러니까 러프한 풀숏을 하나 찍어놓고, 마스터로, 그다음에 거기에 맞는 타이트한 앵글들을 하나씩 하나씩 잡아나가는 과정인데 이번 영화 같은 경우는 약간 다르게 느껴지는 게, 어떤 때는 들어가지만 어떨 때는 빠져서 관조한다고 그러나? 아무튼 관찰자의 삼자 입장에서 이렇게 쳐다보는 그런 앵글들이 많거든요. 그런 면에서 실험적인 편집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가 제대로 지금 싱크도 다 못 맞춰서 모르겠습니다. 근데 저는 우리 이민정 감독님을 믿습니다. 잘 찍었겠죠.
조: 요즘 유튜브나 다양한 1인 미디어라든가,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데 접근성이랄까요, 그런 게 굉장히 허들이 사라졌잖아요. 다양한 무료 편집 도구들이 있고. 지금 울산에도 그런 편집을 배우는 학원들도 제법 있고,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영화 편집감독님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나 그런 것들이 있을까요?
현: 그러니까 1990년대 말이죠. 그때 어떤 개념이 싹 트기 시작했냐면 퍼블릭 액세스라는 개념이 싹 트기 시작해요. 뭐였냐면 ‘노동자 뉴스 제작단’이라는 곳에서 그런 것들을 추진을 해요. 요즘에 지역마다 시민 미디어 센터인가요? 시청자 미디어 센터가 있죠. 90년대 말쯤부터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서울부터 시작해가지고.
그게 뭐냐면은 뉴스의 제작권, 그러니까 미디어의 제작권을 우리가 흔히 말하는 레거시 미디어에만 맡길 게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운동이었거든요. KBS에 보면 ‘열린 채널’이라는 게 있어요. 그건 법적으로 만들게 돼 있어요. 주말에 한 번씩 아마 방영이 될 거예요. 그건 시민들이 제작한 거를 틀어주게 돼 있는 거거든요. 시간이 한 30분 정도 되나, 그럴 거예요.
그때 생긴 거거든요. 그게 김대중 정부 때 생긴 건데, 요즘에 유튜브라는 게 생겼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유튜브야말로 야, 우리가 플랫폼을 만들어줄 테니 너희들은 마음껏 놀아라, 여기서, 그런 개념으로 생긴 게, 그런 개념이 본격화된 게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플랫폼들이고.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런 허들이 없어졌죠. 누구라도 요즘은 휴대폰으로도 동영상을 찍을 수가 있으니까.
그런 허들도 많이 낮아진 데다가 여러 가지 툴들이 많이 생기고, 편집에 대한 그런 벽들도 사라지고. 그러다 보니까 이게 일상화가 돼버린 것 같아요. 나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뭐라도 만들 수 있고 영화도 만들 수 있잖아요. 단편영화, 우리끼리 모여서 하나 만들어보자, 해가지고 어떤 에피소드 가지고 그냥 휴대폰으로 영화 찍어가지고 유튜브에 올리면 되거든요.
근데 요즘 청년들이나 어린 세대들은, 초등학생들도 그렇고,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들을 많이 접하고 자라왔기 때문에 우리 나이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접근 방법이랑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은 그냥 생활화돼 있어서 그런 것들을 다룰 줄 아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조언을 해줄 거라기보다는 오히려 제가 그런 것들을 겪으면서 자라온 세대한테 배워야 할 게 더 많지 않나 생각되고요.
그 사람들 시대는 또 다른 세대가 자라나면 또 다른 시대가 되지 않을까. 누구나 다 편집하고, 누구나 다 영상을 촬영하고. 물론 진짜 영화에서처럼 디테일하게 장비 세팅 값을 몇을 놓고, 어떤 파일로 찍고, 그걸 DI를 하고,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것들을 어렸을 때부터 접해왔던 세대는 크면 그게 더 자연스럽게 다가올 거라는 거죠. 전문적인 것들도. 그런 면에 있어서 보면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옛날에는 영화 같은 경우는 필름으로 찍었잖아요. 비디오 시대가 아니라. 그 시절에는 오히려 접하기가 더 어려웠었는데 요즘은 영화들도 다 디지털로 촬영하다 보니 아마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겁니다. 나중에 제가 배워야죠.
조: 영화 현장을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 영화 현장도 허들은 없어요. 가서 자기가 부딪쳐 보면 돼요. 영화 현장은 말 그대로 학벌도 필요 없고 전공도 필요 없어요. 영화학과 나오는 학생들도 많지만, 영화 전공 안 해도 연출부 생활을 할 수 있고요. 제작부 생활도 할 수 있고. 촬영팀 조명 다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요즘에 영화가 들어가는 편수가 많지가 않아서 그게 좀 힘든 거죠.
박선영(이하 “박”): 영화 외에 다른 취미 활동은?
취미 활동은 낚시예요. 낚시를 너무 좋아해서, 그렇다고 프로는 아니고 그냥 친구들하고 배 타고 나가서 낚시하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울산에 와서는 한 번도 못 했어요. 노예 생활하다 보니까 낚시를 갈 시간이 없네요.
조: 그동안 했던 영화 중에 <반구대 사피엔스>를 빼고 좋았던,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을까요?
다 기억에 남아요. 한 편도 빠짐없이 다. 다 고생했고, 끝나고 나서 다 즐거워했고.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영화가 없었습니다.
조: 이제 촬영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는데, 어떠세요?
현: 이제 고생길이 열리는 거죠. 저는 지금도 싱크를 맞추고는 있는데 이게 시간이 걸리네요. 일반적인 영화 현장과는 좀 다르다 보니까 제가 체크해야 될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지금 좀 고생 중입니다. 하나하나 일일이 찾느라고.
본격적으로 정리 들어가고 러프하게 1차 편집 들어가고 그러면 어느 정도 조금씩 정리가 되기 시작할 거예요. 그러면은 윤곽이 나오겠죠. 영화가 얼마나 괜찮은지. 근데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테니까 나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앵글이 어떻게 붙느냐가 문제인 거죠.
조: 편집감독님을 겸하면서 현장 일을 돕고 계시는데 몸은 힘들지 않으신가요?
현: 몸이 힘든 것보다도 잠을 못 자니까 졸리죠. 현장에서 일 도와주고 들어가면 끝이 아니거든요. 데이터 백업도 받아야 하고. 지금 데이터 매니저가 없다 보니까 제가 데이터 백업을 다 받고 있는데, 그거 확인하고 그다음에 또 해야 할 게 사운드를 영상과 싱크를 맞추는 작업도 해야 하거든요. 조수가 따로 없기 때문에. 그 작업까지 하려다 보니 잠이 모자라죠. 지금은 약간 텀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좀 시간이 되지만 촬영 중에는 굉장히 그것 때문에 힘들어요. 사실은 제가 잠이 많은 인간이거든요.
조: 그런데도 꾸준히 현장을 나와 주시고 계시는데,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의 값이랑 비례하다고 봐도 괜찮을까요?
현: 아니. 저는 현장 나가는 게 칼 맞기 싫어서 나가는 거예요. 암살당할까 봐. 자다가. 그래서 나가는 겁니다.
조: 애정으로 봐도 되겠군요.
현: 제 목숨에 대한 애정이죠.
조: 마음에 남지 않는, 애정이 없는 영화가 없다고 하셨잖아요. 영화가 왜 그렇게 좋으실까요?
현: 우리가 보통 극장 가서 영화를 보잖아요. 제가 영화 일을 하기 전에는 극장 가서 영화를 보면 재밌는 영화 재미없는 영화 막 이렇게 평가하게 되잖아요. 그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재미없는 영화라도 현장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만들어지는지를 몸소 겪어 보니까 영화라는 게 단순히 영상을 찍어서 내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피와 땀과 열의가 스며들어 있는 거구나, 라는 거를 느끼게 됐고. 그렇다 보니까 허투루 보이지가 않죠.
아무리 재미없는 영화라도 앵글 하나하나를 다 보게 되고, 그 안에 숨겨진 이미지를 찾아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는 것 자체도 즐겁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평론가는 아니지만 이걸 왜 이렇게 찍었을까? 나 같으면 저렇게 찍었을 텐데. 그런 것들도 많이 느끼고. 아무튼 현장을 그렇게 뛰다 보니까. 현장 편집을 많이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현장에 대해서 감독님하고 맨날 알력 다툼을 하죠. 저는 잔소리를 하고 감독님은 거기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고. 나중에 보면 잘 나오게끔 찍고 있고. 그런 것들을 겪다 보니까 그냥 영화들이 다 즐거워져요. 결과물이 나왔을 때 보람도 차고요. 물론 돈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뭔가를 같이 만들었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 제가 편집만도 해봤지만, 그거랑은 또 느낌이 좀 다릅니다. 현장에서 뛰었을 때와 아니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르죠.
물론 현장을 안 가고 그냥 편집만 했을 때는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가 있겠죠. 작품을 현장에서 뛰었을 때는 아, 이건 이렇기 때문에 이렇게 찍었지, 저렇게 찍었지. 그 때문에 자기 합리화를 시켜 버리거든요. 그렇게 되면 객관적이지 못 하게 되는데, 현장을 안 뛰고 그냥 편집만 했을 경우는 아무리 어떻게 찍었건 간에 이게 옳은 거고 이게 아닌 거고 이게 맞는 거고라는 것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돼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약간 달라요.
우리나라에 많은 편집 기사님이 있지만 그분들도 현장을 같이 뛰어보고 저처럼 연출부와 제작부 막내 생활도 한 번씩 해보면 조금 더 애환도 느끼시고 이해력도 좀 늘지 않으실까 싶은데, 또 현장에만 계속 나오시면은 뭐가 단점이냐.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사라져 버려요. 나중에는 이게 제대로 된 건지 아닌 건지를 판단하기가 흐려진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편집 기사들이 현장을 안 나가는 거고.
조: 이제 내년 상반기에 작품이 공개될 예정이잖아요. 울산저널 독자님들과 미래의 관객분들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실까요?
현: 그냥 영화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웃으면서 자랑스러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울산저널 구독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드디어 울산에서도 영화를 촬영했습니다. 메이드 인 울산이 되겠죠. 모든 스태프가 울산 사람은 아니지만, 많은 스태프가 울산에서 참여했고 배우들의 절반이 울산 분들이십니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울산에서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것도 흔치 않지만, 어떻게 보면 이게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울산의 영상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데 하나의 시발점이 돼서 앞으로도 이런 많은 작품이 울산에서 제작하고 촬영을 하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 거기에 대한 많은 울산 시민 여러분들 그리고 우리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응원을 많이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여러분들께는 어떻게 보면 생소한 영화가 될 수도 있어요. 뭐냐면은 실제 마을에서 사시는 주민들이 출연하십니다, 배우로. 물론 그전에도 실험적으로 그런 영화들이 있었던 건 알지만, 이렇게 많은 분이 출연하신 경우는 못 본 것 같아요, 저는. 어떻게 보면 되게 특색 있고 어디서도 흔히 접할 수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내용도 괜찮고요. 많이들 봐주시고 좋은 별점 많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조: 하나 더 질문할게요. 현정훈 감독님에게 반구대란?
현: 제가 사실 반구대가 뭔지 몰랐어요. 암각화라는 거, 옛날에 신문이나 방송에서 뉴스로만 들었지 직접 와 본 것도 처음이었고요, 태어나서. 물론 영화 촬영 현장을 다니면서 전국 곳곳에 좋은 곳을 많이 가봤는데, 이번 현장처럼 내 집 안방이라는 느낌이 든 건 처음이에요. 왜냐하면 1년을 살았고, 1년을 겪어봤거든요.
처음에 왔을 때 암각화에 관해서 공부했었어요. 찾아보고. 여기가 어떻게 발견이 됐고, 원효 대사님을 비롯한 얽히고설킨 이야기, 반고사를 찾기 위해 왔다가 암각화를 발견하게 되고, 이런 얘기들을 듣다 보니까, 다른 데는 겉핥기식으로 지나갔던 것들이 지금 어떻게 보면 이 주제에 대한 이해력이 좀 더 있는 거죠.
울산에 내려오기 전부터 이민정 감독님은 여기서 혼자서 다큐멘터리를 계속 촬영하고 있었고, 오랜 시간 동안. 그러다 보니 나중에 제가 합류를 했지만, 저도 나름대로 거기에 대한 보폭을 맞추려면 아무래도 좀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이것저것 자료도 찾아보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끝마치는 게 아니라 마을 주민들과도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분들의 애환을 들으면서 되게 제가 그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내가 여기 주민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서 기존에 다른 영화에서 겪었던 장소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죠. 한 발짝 들어와 있는 느낌? 그래서 좀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 말이 하나 있는데요. 우리 스태프들,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셔서 병원을 다녀오셔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안쓰러울 정도로. 아무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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