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신상공개 청원, 국회 심사…“범죄자 인권보다 중요한 건 국민의 안전”
국감에서도 제기된 ‘처벌 강화’ 필요성…“가해자 아닌 피해자 인권을 지켜야”
“흉악범의 모자이크, 이제는 걷어내야 합니다.”
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흉악범 신상공개 전면 촉구 청원’이 전날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게 됐다.
이번 청원은 지난달 11일 양원보 JTBC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등록 후 30일 만에 청원 요건을 충족했다. 양 기자는 "대한민국은 흉악범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나라"라며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아 범죄 예방과 억제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양 기자는 청원 글에서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사례를 보라. 그의 신상은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고, 음성적으로 퍼졌을 뿐”이라며 대한민국의 신상공개 제도를 비판했다. 그는 1998년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가해자의 인권을 우선하는 나라"가 됐다고 꼬집으며, 이 판결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범죄 보도를 모자이크와 익명으로 얼룩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기준이 모호하고 일관성이 없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동일한 유형의 범죄에서도 어떤 경우는 공개되고, 어떤 경우는 비공개된다”며, 심지어 피해자 유족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신상 공개가 거부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기자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사례를 들며, 이들 국가는 특정 기준을 제외하면 신상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범행의 잔인성 ▲피의자의 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필요성 ▲피의자의 성년 여부 등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의 기준은 공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개를 막기 위한 조건”이라며, 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다.
양 기자는 "흉악범 신상공개는 단순히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넘어, 범죄 예방과 사회적 징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흉악범에 대한 신상공개로 사회적 논란이 일었던 ‘태완이법’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시행된 뒤 9년이 지난 지금, 큰 부작용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흉악범들을 가리는 모자이크와 익명을 걷어내야 한다"며, “전면적인 신상공개로 새로운 범죄를 억제하고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JTBC는 지난 3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200여 차례 찔러 살해한 류모(28)의 사건을 보도하며 그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1심에서 징역 17년이 선고된 류 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23년으로 형량이 늘었지만, 여전히 유족은 가해자의 형량이 가볍다고 주장했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류모 사건이 언급됐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살인, 성범죄, 마약사범,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세에 있지만 처벌은 여전히 약하다는 비판이 높다"며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흉악범들이 사회로 돌아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대 후반인 가해자가 17년 뒤 출소해도 40대 중반”이라며, 현재의 처벌 기준이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흉악범 신상공개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알권리, 가해자의 인권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점점 더 잔혹해지는 범죄 행태 속에서, 양 기자와 국민동의청원은 가해자의 신상공개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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