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눈물, 다 믿지 마라” 사회성 망치는 부모의 실수

2025-03-26

3월 말 4월 초. 탐색은 끝났다. 이제는 실전이다. 아이들은 의심의 벽을 허물고 본격적으로 친구 만들기에 돌입한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다.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친구들이 몰린다. 두루두루 모두와 잘 지낸다. 여유는 어디서 나온 걸까?

관계의 시작은 예의예요. 나에 대한 예의, 타인에 대한 예의. 서로에 대한 예의 잘 지키는 아이가 친구도 잘 사귑니다.

“친구 관계를 고민하는 아이는 어떻게 도와줘야 하느냐”는 질문에 김지훤 춘천 후평초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답했다. 그가 말하는 예의는 선을 넘지 않는 거다. 그러려면 우선 나를 지키는 선을 찾아야 한다. 그 선을 찾는 게 좋은 관계의 비결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교사는 지난해 SNS에 올린 조회 시간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힘 나는 말을 전했는데, 그 내용이 인기를 얻었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자기 반성을 잘해야 해. 자기 비하는 안 돼”

“이번 달도 살아내느라 우리 모두 수고했다”

자존감 높이는 법, 거절하는 법, 화를 조절하는 법 등 초등학생들의 시시콜콜한 고민 같지만, 김 교사의 조언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그래서였을까? 20대 청년부터 인생의 반환점을 돈 중장년층까지 그의 영상에 호응했다. 특히 관계 문제로 힘들어하는 아이와 양육자에게 길잡이가 됐다. 두고두고 읽고 싶다는 요청에 그 말들을 『내가 나라서 정말 좋아』로도 엮었다.

김 교사의 조언은 그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관계를 만드는 기본 예의를 단호하게 알려준다. 시작은 나에게 다정해지는 거다. 김 교사는 “영어 단어 외우고 수학 개념을 익히듯 관계 맺는 법도 배워야 한다”며 “자신에게 따뜻하게 말하는 습관이 먼저”라고 했다. 관계 맺기가 서툰 아이에게 양육자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지난 16일 강원도 춘천에서 그를 만났다.

🍎 예의 있는 사과의 조건

김 교사는 항상 “예의 있게 말하라”고 강조한다. 화근은 언제나 말이기 때문이다. 해야 할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는 게 가장 치명적이다. 사과가 대표적이다. “아이들 싸움은 대체로 사과를 안 해서 커진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그는 “사과는 함부로 해서도 안 되지만, 해야 할 때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며 “두루두루 잘 지내는 아이는 사과도 잘한다”고 했다.

사과를 너무 잘하면, 얕잡아 볼 것 같아요.

오해입니다. 사과의 역할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지, 내 잘못을 탓하는 게 아니에요. 해야 할 때 용기 있게 건네는 사과는 관계에 있어 윤활유가 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친구가 내 발에 걸려 넘어졌어요. 나는 억울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거든요. 이때 뭐라고 해야 할까요?

괜찮아? 안 다쳤어?

그렇죠. 일단은 넘어진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현재 다친 사람은 넘어진 아이잖아요. 의도했든 안 했든, 사고 원인은 내 발이에요. 먼저 넘어진 친구를 걱정하고, 사과하는 게 순서입니다. 그래야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라는 말의 진정성이 전해지죠.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이 과정을 건너뜁니다. 멀뚱멀뚱 보고만 있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 나와는 상관없다는 거예요. 이러면 상대도 약이 오릅니다. 가뜩이나 아프고 창피한데, 모른 척하니 괘씸하죠. 그래서 더 화가 납니다. 이러다 작은 사건이 큰 사건으로 번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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