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지난달 30일 ‘고객 응대 가이드’ 배포
모호한 지침 속 고객들 분노에 그대로 노출
“책임 회피 막으려면 상담원 지위 개선해야”

쿠팡 고객센터 상담원 김모씨는 지난달 29일 회사로부터 휴무일에 근무할 수 있는지 묻는 긴급 연락을 받았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고객에게 통보하고 하루가 지난 때였다. 그날 김씨를 비롯한 상담원들에겐 개인정보 유출 관련 항의가 쏟아졌다. 고객과 통화를 마치면 숨 돌릴 틈 없이 곧바로 다른 고객과 연결됐다. 김씨는 “그날 이후 체감으로 3~4배는 일이 많아져 매일 연장 근무를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SKT·쿠팡 등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잇따르면서 고객센터 상담원의 과중한 업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상담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떠안는 ‘욕받이’로 전락했다는 자조도 나온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쿠팡은 각 하청업체에 ‘고객 응대 가이드’를 배포했다. 가이드는 상담원들이 확인된 사실 외엔 “현재 조사 진행 중에 있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하도록 안내했다. 보상 관련 언급을 피하고 상급자나 민원 부서로 문의를 넘기지 말라는 내용도 담겼다.
모호한 지침으로 상담원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엔 “가이드가 두루뭉술해서 고객 불만이 이어진다”, “지침에서 토씨 하나만 틀려도 ‘잘못된 응대 사례’라며 지적받는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김씨는 “우리도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인데 ‘책임지라’는 항의에 피로와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며 “민원이 거세지면서 절차를 무시하거나 억지 요구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상담원의 업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 통신사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해킹 사태 때도 고객센터 업무가 마비 수준으로 늘어났다. 상담원 A씨는 “일이 터져도 기업이 후속 처리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유사 사례가 많아서 그냥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상담원 권모씨(31)는 “상담원들에게 보안 교육을 그렇게 반복하더니 어이가 없다”며 “우리는 회사의 중간다리 역할인데 자꾸 ‘어떻게 해줄 수 있냐’ 물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청 기업의 책임 회피를 막기 위해 상담원의 노동 지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상담원은 자회사나 하청업체에 소속돼 있어 원청에서 명확한 업무 지시를 내리지 않고 문제를 방치해도 항의하기 어렵다. 정희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하청 구조에서는 업무 지시와 조정이 신속히 이뤄지기 어려워 기업이 문제 상황을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고객도 상담원도 피해를 보는 구조가 지속된다”고 말했다.

국내 e커머스 1위인 쿠팡은 지난달 20일 약 4500개 고객 계정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했으나 추가 조사에서 유출 계정이 337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쿠팡이 올해 3분기에 밝힌 활성고객 2470만명을 크게 웃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3일 “대규모 연락처·주소 등 유출의 중대성을 고려해 철저히 조사하고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엄정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에 7일 내 조치 결과 제출을 요구했고 향후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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