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익률 7%로 바뀐다…열렸다, 환승 연금의 문 [연금술사⑤]

2025-02-18

머니랩 & 미래에셋증권 공동기획

100세 시대. 축복인가, 저주인가?

건강하든, 그렇지 않든 장수하는 시대가 되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실제 은퇴하는 나이는 63세가 채 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은 만 65세부터 받을 수 있으니 적어도 수년간은 ‘연금의 크레바스(crevasse, 깊은 틈)’를 버텨야 합니다.

반면에 한국인의 눈높이는 높아졌습니다. 설문조사해 보니 은퇴 후에도 한 달에 336만원(본인과 배우자 기준)은 있어야 그럭저럭 살 것 같다고 합니다. 매달 이 정도로 쓰려면 부동산(집)을 빼고 금융자산만 10억원은 있어야 합니다. 당장 내 집 마련, 사교육비, 부모 부양비 등 들어갈 곳이 천지인데 ‘돈 모으기’가 가능할까 싶습니다.

이에 중앙일보 머니랩은 연금 적립금 증권업계 1위(약 42조원)인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손 안의 연금 가이드북’을 제공합니다. 당장 목돈 마련이 급해 연금 가입을 미루는 2030세대부터 돈을 빼서 써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5060세대까지 모두의 ‘노후 내비게이션’이 될 수 있도록 총 12회에 걸쳐 ▶내 상황에 맞게 따라 할 수 있는 연금 투자법 ▶최신 연금 트렌드 ▶미국 주식 등 해외 자산 배분 전략도 담았습니다. 잘 읽고 실천한다면 지금의 작은 투자가 훗날 당신에게 보내는 최고의 선물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매년 16.5% 수익이 난다고? 당신이 당장 연금 시작할 이유 [연금술사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0624

건보료 폭탄? 뭘 몰라 하는 말… 상위 10% 꽂힌 연금펀드 전략 [연금술사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4440

‘투자 MBTI’만 알려주면 돼, 알고리즘이 픽한 개인연금 [연금술사③]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7410

55세에 4억 쥐는데 안 해요? 13월의 월급, 여기 투자해라 [연금술사④]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0238

최근 10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2023년 말 기준)이다. 국민 노후 대책을 위해 2005년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이 됐지만 수익률은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한다. 퇴직연금은 2023년 기준으로 1272만2000명 근로자 중 53%가 가입했고, 적립금도 381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수익률이 저조한 건 많은 돈이 예금처럼 수익성이 낮은 상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노후 자금은 원금 보장이 중요하다. 하지만 예상 수명이 크게 늘어나고 ‘저금리 고물가’가 이어지는 시대에 노후 자금이 저수익 상품에만 매여있어서는 곤란하다. 계좌에는 플러스 수익률이 찍혀 있어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돈을 잃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퇴직연금을 바꾸는 건 번거로운 일이었다. 다른 금융사로 갈아타려면 상품을 모두 현금화한 뒤에 옮겨야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0월 31일부터 퇴직연금 실물 이전제도를 도입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방치해 놓은 ‘장롱연금’ 계좌에 다시 숨을 불어넣기에 적절한 시기다.

연금을 갈아타고 수익률을 높이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또 어떤 상품을 담아야 할까. ‘연금술사’ 5회는 정효영 미래에셋증권 연금컨설팅본부장과 함께 세세한 궁금증을 모두 풀어본다. 수익률이 높은 계좌엔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요령까지 알아봤다. 은퇴 후 든든한 버팀목이 되느냐, 용돈으로도 부족한 푼돈이 되느냐가 달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보자.

먼저 퇴직연금 유형부터 짚고 넘어가자. 퇴직연금 제도는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있다. 회사에서 직원이 퇴사할 때 퇴직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돈을 금융기관에 맡겨두는 제도가 DB·DC형 퇴직연금이다. 이와 별개로 IRP는 소득이 있는 근로자라면 자유롭게 가입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계좌다.

DB형, DC형, IRP 차이는?

DB형은 회사가 운용하고, 운용 성과와 상관없이 정해진 급여를 퇴직 시에 근로자에게 준다. 근로자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신경 쓸 것도 없는 셈이다. 반면에 DC형은 회사가 연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금융기관에 넣어주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투자 수익률에 따라 근로자가 퇴직 후 받는 금액이 달라진다.

IRP는 직장에 다니지 않는 자영업자 등도 소득이 있다면 가입할 수 있다. DB·DC형 퇴직연금에 가입된 근로자도 추가로 개설할 수 있다. 물론 회사에서 따로 돈을 넣어주지는 않는다. 개인이 직접 납입해서(연간 1800만원 한도) 직접 운용하고, 만 55세 이후부터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국내 퇴직연금은 아직까지 안정성을 추구하는 DB형 비중이 가장 높다. 2023년 말 기준 DB형이 53.7%, DC형이 26.5%, IRP가 19.8%를 차지한다. DB형은 운용 주체가 회사라서 근로자 개인이 마음대로 계좌를 이전할 수 없다. 운용 주체가 근로자 개인인 DC형, IRP만 실물 이전의 대상이다.

7.11% vs 4.37%… 수익률 차이 왜

정부가 실물 이전 카드를 꺼낸 이유는 명확하다.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제 아무 제약없이 기존 계좌에 들어 있는 상품을 그대로 다른 금융기관으로 옮길 수 있다.

DC형 퇴직연금과 IRP는 은행·보험사·증권사에서 취급한다. 수익률(2023년 연간 기준)을 살펴보면 은행은 4.87%, 생명보험사 4.37%, 손해보험사 4.63%, 증권사 7.11%로 증권사 수익률이 특히 높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산 비중 때문이다. 수익률이 낮은 예금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이 많은 기관일수록 수익률이 낮다. 예를 들어 2023년 기준으로 퇴직연금에서 차지하는 원리금 보장 상품과 비보장(실적배당) 상품의 비중을 보자. 은행은 이 비중이 90대 10, 생명보험사는 92대 8, 손해보험사는 99대 1이다. 반면에 증권사는 73대 27로 다른 기관보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 비중이 높다. 미래에셋증권 정효영 연금컨설팅본부장은 “연금을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증권사가 대체로 수익률이 높다. 다만 2022년처럼 증시가 매우 안 좋았던 해에는 오히려 증권사 수익률이 낮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원리금 보장, 비보장 상품이란?

원리금 보장 상품은 말 그대로 일정한 기간 보유 시 원금과 이자를 보장해주는 금융상품이다. 위험성이 낮은 만큼 수익률은 대체로 높지 않다. DC와 IRP에서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원리금 보장 상품은 은행에서 주로 판매하는 ‘예금’,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이율보증형보험(GIC)’,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가 있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 또는 실적배당형 상품은 주식처럼 투자한 곳의 실적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다. DC와 IRP에선 개별 주식을 살 수는 없다. 대신 투자 가능한 상품으로는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채권, 상장지수증권(ETN), 리츠 등이 있다.

은행·보험사·증권사… 나에게 맞는 곳은

실물 이전을 결심했다면 먼저 자신의 투자 방향성에 따라 은행, 보험사, 증권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은행은 다른 기관에 비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최근 금융사마다 비대면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대면 서비스가 더 편하고 익숙한 투자자에겐 전국 각지에 지점이 있는 은행 만한 데가 없다. 또 은행은 가장 안전한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연금을 까먹지 않고 안전하게 보유하는 게 중요하다면 은행을 택하는 게 좋다.

🏥보험사는 영업점이 없어 은행보다 접근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은행 못지않게 안정성이 높은 상품이 많다. 특히 보험사는 은행 예금과 비슷한 이율보증형보험(GIC·Guaranteed interest contract) 상품이 있는데, 평균적으로 예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안정적인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로 투자하고 싶다면 보험사를 선택해 볼 수 있다.

📈증권사는 업종 특성상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종류가 은행, 보험사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 증권사 계좌에선 상장된 거의 모든 상장지수펀드(ETF)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반면에 은행과 보험사는 각 사마다 일부 ETF만 선별해 취급하고, 실시간 직접매매가 아닌 신청을 통해 매매하는 방식이다. 펀드의 경우 은행, 보험사,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선별해 판매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증권사 라인업이 다양한 편이다. 채권 역시 채권 판매가 주요 업무인 증권사가 다양하다.

만약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를 선택한다면, 지금까지 불편했던 점을 생각해 보는 게 좋다. 상품 제공이 원활하지 않았는지, 수수료가 비싸 불만이었는지, 모바일거래시스템(MTS)이 나에게 편하지 않았는지, 고객 서비스가 부족했는지 등을 생각해 보고 이를 개선해 줄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업체별 수익률과 수수료 등을 비교해 볼 수 있다. MTS 편의성이나 고객 서비스 등은 공시가 돼 있지 않지만,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정보를 참고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실물 이전이 불가능한 상품이 있다. 먼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은 어느 기관으로도 옮길 수 없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상품을 일정 기간 방치할 경우, 사전에 설정해 둔 상품이 자동 매수되는 제도다. 특히 은행에서는 예금을 디폴트 옵션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증권사 등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중도 해지해야 한다. 이 경우 만기에 약속된 이자보다 이자 금액이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보험사에서 취급하는 이율보증형보험(GIC)도 실물이전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GIC는 일정 기간(1~5년) 유지해야 확정이자를 지급하는데, 중도 해지할 경우 이자를 덜 받게 된다.

수익률 상위 10%, 고수의 비결은

계좌를 옮겼다면 다음 단계는 금융상품을 담는 것이다. DC형 퇴직연금과 IRP는 ETF·펀드·채권·예금·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등 다양한 상품을 담을 수 있는 바구니다.

DC형 퇴직연금, IRP에서 담을 수 있는 상품별 특징은?

📁ETF는 보수가 저렴하고, 증권사에서는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다양한 테마의 상품이 있다 보니 일반 주식계좌는 물론, 퇴직연금에서도 대세다. 정 본부장은 “다만 ETF 매매가 간편하다고 너무 빈번하게 매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연금은 오래 투자하는 게 중요한데, 자꾸 사고팔고를 반복하고 테마를 좇다 보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는 ETF가 뜨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상품이다. 매수·매도 신청을 하면 며칠 뒤에야 거래가 체결되기 때문에 실제 매매 시점의 가격을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정 본부장은 “이런 펀드의 특성이 한편으로는 너무 빈번한 매매를 방지하는 완충장치가 될 수 있다. 방어적 성격의 펀드에 50% 정도 투자하고 나머지를 ETF로 직접 운용하는 방식도 추천한다”고 했다.

📁채권은 안정적으로 예금 이상의 이자수익을 챙기면서 금리가 떨어질 때 팔아서 자본 차익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원리금 비보장 상품에 속한다. 금리가 오르면 애초에 샀던 채권 가격보다 떨어지면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금과 ELB 등 원리금 보장 상품은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요긴하다. 대체로 금리는 예금이 가장 낮고 보험사가 취급하는 GIC가 그 다음, 증권사가 취급하는 ELB가 그나마 가장 높다. 은행보다 신용도가 낮은 증권사가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만 원리금 보장 상품은 예금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뭘 사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힌다면 연금 고수들의 계좌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DC형 퇴직연금, IRP 고객 중에서 최근 3년간 수익률이 상위 10%인 계좌를 분석해 봤다. DC, IRP 모두 ETF의 비중이 약 76%로 가장 높고, 펀드가 14% 정도였다. 예금과 ELB 등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은 3%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퇴직연금 고수들은 어떤 ETF, 펀드를 가지고 있을까. ETF 순위를 살펴보면 미국 주식형 상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 증시 대표지수인 나스닥10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을 추종하는 ETF가 상위다. 이 밖에는 미국 대형 기술주를 담은 ‘TIGER 미국테크TOP10’, 반도체주를 담은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상품이 인기였다. 지난해 두드러진 상승률을 기록한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상품도 10위 안에 들었다. 정 본부장은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았을 때엔 채권형 ETF 비중이 높았는데, 최근엔 미국 기술주 위주 투자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펀드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상위를 휩쓸었다. TDF는 주식·채권·대체자산 등 다양한 상품에 분산 투자해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펀드다. 퇴직연금 고수들은 미국 주식 위주의 ETF에 투자하면서도 안정성이 높은 TDF에 일정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펀드 상품명 뒤에는 ‘C-P2e’와 같이 암호 같은 영문 코드가 붙어 있다.

수수료를 먼저 떼는 상품은 ‘A’, 1년간 운용한 뒤에 떼는 상품은 ‘C’로 분류한다. P는 ‘연금(펜션·Pension)’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의미인데, P1은 개인연금, P2는 퇴직연금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붙는 e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상품이다. 펀드 중에는 ‘C-P2e’ 상품이 가장 수수료가 저렴한 조합이다

※TDF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머니랩 기사(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9178)를 참조하면 좋다.

노후 생활의 핵심인 퇴직연금은 수익률을 높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잃지 않는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 금융사들은 자산 배분을 위한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 보통 분기마다 투자 성향별로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주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서비스하는 곳도 많다. 이를 바탕으로 3개월마다 성과를 점검하고 리밸런싱(자산 재배분)하면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 쉬운 방법을 찾는다면 이미 자산 배분이 돼 있는 TDF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직접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면 디폴트 옵션만으로 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 본부장은 “디폴트 옵션은 각 기관이 고심해서 내놓는 일종의 ‘간판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특별히 신경써서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라서 신뢰도가 높다”고 했다.

※디폴트 옵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머니랩 기사(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9089)를 참조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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