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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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복… 인증시스템 無, 품질 우려 농관원 “염소고기 분석법 개발 중, 내달 14일까지 원산지표시 집중 점검”

무더위 속 중복(7월30일)을 맞아 개고기 대신 흑염소가 보양식 수요를 채우는 대체재로 급부상했지만, 제도적 공백으로 인해 소비자 보호와 유통 관리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염소고기 수입량은 8천143톤으로 전년(5천995톤) 대비 2천톤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22년부터는 매년 평균 57%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개식용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유통 종식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이 있다. 지난 2016년 국내 첫 개식용 금지 국제컨퍼런스가 열리며 ‘개 식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개식용종식법 논의가 본격화 되며 개고기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월 이 법이 제정되면서 오는 2027년부터는 식용 목적의 개 사육과 도살, 유통, 판매 등이 전면 금지된다.
보양식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은 개고기 대체재로 염소, 오리, 닭고기 등을 찾는다. 하지만 유독 염소가 타 축종에 비해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상태다.
소·돼지·닭 등 상당수 가축이 ‘축산물이력법’(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식별 번호를 부여 받아 유통 단계 관리를 받는 것과 달리, 염소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유전 형질 관리 및 질병 방역 체계에서도 배제돼, 품질 표준화나 경쟁력 확보 등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소고기는 유전자 분석법, 돼지고기는 항체 분석법으로 원산지를 판별하는 데 반해, 염소고기는 현장 점검과 서류 확인에만 의존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원산지가 불분명하거나 위생 관리가 미흡한 제품을 구매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셈이다.
예방책의 일환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원산지를 속인 염소고기 등을 단속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2023년 23건, 지난해 9건 등 사례가 ‘거짓표시’로 단속망에 걸렸다. 과학적 분석이 수반되지 않는 조사임을 고려하면 적발되지 않은 추가 사례도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일 초복을 맞아 ‘대목’을 노렸던 오산의 한 흑염소 식당 운영자는 “국산 흑염소는 1㎏당 1만5천원대지만 수입산은 8천원 안팎으로 가격 차이가 크다”며 “값싼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업소들 탓에 국산 흑염소의 신뢰까지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흑염소를 주요 축종으로 재정립하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흑염소가 우리가 소비하는 건강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소비자 신뢰 확보가 우선”이라며 “이력 추적, 위생 도축, 품종 인증까지 전 주기적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농관원 관계자는 “개식용종식법 제정에 따라 대체 보양식인 흑염소와 오리고기(훈제)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산지 거짓표시나 미표시 등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다음달 14일까지 원산지 표시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며 “과학적인 분석 체계 부재로 인한 소비자 혼란과 원산지 둔갑 등 부정 유통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염소고기 분석법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지속해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관원은 올해(지난 14일 기준) 염소고기 원산지를 속이거나 표시하지 않은 사례 6건을 적발한 상태다.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산지 거짓 표시에 적발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원산지를 미표시할 경우에도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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