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고맙다’와 ‘감사하다’의 차이

2024-09-22

나는 “감사합니다”보다 “고맙습니다”를 더 많이 쓴다. 이렇게 써 버릇해서인지 ‘고맙다’고 할 때가 더 편하다. ‘고맙다’가 상대에게 예의를 덜 차리는 것도 아니다. 어원을 따져 보면 ‘고맙다’에는 ‘존경’과 ‘공경’의 뜻을 품고 있다. ‘고마운 친구’ ‘고마운 분’ 같은 표현은 ‘감사한 친구’ ‘감사한 분’이라고 하면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감사합니다”라고 하면 괜한 격식이나 예의를 차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할 때 어쩌다 “감사합니다”라고 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상대적으로 친밀감이 덜 느껴진다. ‘감사’라는 말이 일본어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감사’는 중국, 일본과 함께 우리도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한자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일찍부터 나온다.

비슷한 뜻을 가졌지만 ‘고맙다’와 ‘감사하다’는 조금 달리 쓰인다. ‘고맙다’는 형용사로만 쓰이지만 ‘감사하다’는 형용사로도, 동사로도 쓰인다. 동사 ‘감사하다’는 “그의 도움에 감사한다” “그에게 감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방문한 것에 감사하고 있다”처럼 쓰인다. ‘그의 도움에 고맙다’ ‘그에게 고마운 모습을’ ‘고맙고 있다’는 어색하다. 형용사 ‘감사하다’는 “호의가 감사하다” “감사한 날이 많았다” “나와 줘서 감사하다”와 같이 쓰인다. 여기선 ‘감사하다’ 대신 ‘고맙다’를 넣어도 자연스럽다.

“그에게 감사하다”의 ‘감사하다’는 안 어울린다. ‘고맙다’도 아니다. ‘그가 감사하다/고맙다’여야 한다. 아니면 ‘그에게 감사한다’라야 자연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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