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亦在其中矣(낙역재기중의)

2024-04-21

바로 앞 차례 ‘필향만리’(4월 18일자)에서 “거친 밥 먹고 물 마시며 팔 구부려 베고 자더라도 즐거움이 그 안에 있다”고 한 공자의 말에 대해 얘기했었다. 마음이 평화로우면 “가난 안에도 즐거움이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시련이 커도 그 시련 안에 이미 희망이 자리하고 있고, 아무리 슬퍼도 그 슬픔 안에 이미 기쁨이 마련되어 있다. 겨울이 끝나서 봄이 오는 게 아니라, 겨울 안에 이미 봄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5대 10국 시절에 네 왕조에서 10명의 황제를 섬기며 재상을 지낸 처세의 달인 풍도(馮道, 882~954)는 ‘천도(天道:하늘의 뜻)’라는 시에서 “단지 좋은 일만 행할 뿐, 앞길에 대해 물으려 말라. 겨울이 가면 얼음은 녹기 마련이고, 봄이 오면 풀은 절로 돋아난다(但知行好事, 莫要問前程. 冬去冰須泮, 春來草自生)”라고 읊었다. 다윗왕의 고사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구절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단지행호사(但知行好事)’, 즉 좋은 일만 하려 마음먹으면 마음 안에 이미 즐거움과 기쁨이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진즉부터 자신의 삶 속에 자리하고 있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항상 ‘먼 산 바라기’만 하는 사람아! 행복은 산 너머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발밑에 있음을 알도록 하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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