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경향’이 스무 살이 됐다. 20년의 시간은 인간의 역사를 보면 짧은 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행로를 두 번이나 바꿀 수 있는 시간이고 한 명의 대중예술인이 대중의 사이에서 굳건히 일어나 ‘하나의 획’을 그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스포츠경향’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창간의 해이던 2005년 당시 ‘국민 드라마’의 반열에 올랐던 드라마 여섯 작품의 주역들이 그때를 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당시 시청률 자료와 화제성을 등을 종합해 KBS2 ‘올드미스 다이어리’ 예지원, MBC ‘내 이름은 김삼순’ 김선아, SBS ‘서동요’ 이보영, MBC ‘굳세어라 금순아’ 한혜진, MBC ‘왕꽃 선녀님’ 이다해, KBS2 ‘반올림’ 고아라가 그때를 돌아봤다.

■ 이보영 “‘공주’라 불려 행복했어요”
SBS 드라마 ‘서동요’는 ‘허준’ ‘대장금’ ‘이산’ 등을 연출했던 ‘사극의 대가’ 이병훈 감독과 그와 마지막으로 협업한 김영현 작가의 작품이다. 2005년 9월5일부터 2006년 3월27일까지 55부작 월화드라마로 방송됐다. 누구나 알고 있는 4구체 향가 ‘서동요’를 기반으로 그동안 사극에서 조명되지 못한 백제의 역사를 다뤘다.
배우 이보영은 배우 조현재가 연기한 서동과 함께 극을 이끄는 선화공주를 연기했다. 이병훈 감독 사극 특유의 성장 서사와 함께 김영현 작가의 치밀한 대본도 인기에 한몫한 작품으로, 미인대회 출신으로 조연을 주로 경험하던 배우 이보영에게 주연의 타이틀을 달아준 작품이다.

이보영은 “‘서동요’가 벌써 20년이 됐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아직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기억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동요’는 이병훈 감독이 MBC를 제외한 타 방송사와 처음 함께한 작품이었고,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둔 ‘대장금’ 이후 이 감독의 첫 작품이었다. 이보영은 “‘대장금’ 이후 기대작으로 관심을 많이 받았었다. 이병훈 국장님의 드라마라는 것도 흥행에 한몫했다”라며 “당시 사극으로 20대 초반의 젊은 배우들이 나온다는 점도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라고 돌아봤다.
이보영은 ‘서동요’ 촬영 당시의 바쁜 일정을 기억해냈다. “월화드라마였는데 월요일 아침까지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며 “시간에 쫓기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사극 대사가 어려웠는데 여유 있게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아 힘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즐거운 기억도 있었다. 선화공주라 왕관을 쓰고 다녔는데, 이병훈 감독이 “공주님”이라고 불러준 기억이다. 이보영은 “그 이후로도 약 5~6년 동안 많은 스태프분들이 ‘공주’라고 불러주셔서 행복했다”고 웃었다.
이보영은 ‘서동요’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스터 굿바이’ ‘게임의 여왕’ ‘부자의 탄생’ ‘애정만만세’를 거친 후 ‘적도의 남자’ ‘내 딸 서영이’를 기점으로 안방극장 부동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서동요’는 그 디딤돌이 된 작품이다.
이보영은 “아직까지도 ‘서동요’를 기억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잊히지 않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한다. 그리고 ‘스포츠경향’의 창간 20주년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인사를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