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부동산"…직거래 틈탄 ‘그림자 거래’ 급증 우려

2025-04-15

올해 초 공인중개사 개업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더불어 ‘무(無)중개’ 직거래 플랫폼의 확산이 중개업소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5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에서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총 1796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 달 평균 900명도 안 되는 셈이다. 전년 동기(2008명)는 물론, 2023년(2498명)과 비교해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기존 중개업소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 공인중개사 수는 지난해 2월 11만 7923명에서 올 2월 11만 1756명으로 6000여 명 가까이 줄었다.

중개업소가 빠진 자리는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등록된 부동산 매물은 2021년 5243건에서 지난해 65만 건 이상으로 폭증했다. 거래 건수도 같은 기간 268건에서 5만 9000건 이상으로 200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정식 중개 절차를 거치지 않는 ‘무중개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사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가짜 집주인’이 나타나 매물을 올리고 계약금만 챙긴 뒤 사라지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범인들은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해 추적을 어렵게 만들고, 피해자 상당수는 20~30대 청년층이다.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의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찰 수사 협조 요청 건수는 2021년까지 단 2건이었지만, 지난해 17건으로 크게 늘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와 지자체도 대응에 나섰다.

한국부동산원은 이달부터 당근마켓 내 중개사 매물을 모니터링하고, 허위 여부 및 거래 이력을 검증하기로 했다.

경기도 역시 ‘안전전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내 2500여 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민관 합동 점검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반 거래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제도적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대로 방치하면 부동산 시장의 기본 질서와 소비자 신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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