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정원 1년째 출입 금지, 사유는 '대통령 경호'

2024-06-29

[굿모닝충청 이동우 기자] 용산 어린이정원은 누구든 방문할 수 있다. 내국인은 방문 6일 전까지, 외국인은 11일 전까지 사전 예약하면 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곳이지만, 1년 가까이 출입을 금지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온전한 생태 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 시민회의’ 김은희 대표 등 6명의 용산 주민은 지난해 7월 이후 지금까지 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하고 있다.

출입 금지 조치를 한 곳은 ‘대통령 경호처’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대통령 경호처는 ‘경호 문제’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구체적 이유에 대해서는 ‘보안상 밝힐 수 없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용산 어린이정원에서 실시한 ‘색칠 놀이’ 도안을 처음 알린 사람이다. 당시 어린이정원은 어린이날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활용한 색칠 놀이 도안을 어린이들에게 나눠줬다. 윤 대통령 부부가 2022년 12월 은퇴 안내견을 분양받고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한 도안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23일 해당 도안을 SNS에 게시했고 수많은 언론에서 기사화됐다. ‘시대착오적’, ‘대통령 우상화 수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때부터 어린이정원 출입이 금지됐다. 김 대표와 함께 ‘미군기지 환경오염 실태’를 폭로했던 6명의 주민과 20명의 대학생도 함께 출입 금지됐다.

김 대표는 당시 경찰로부터 ‘SNS에 사진을 찍어 올려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했다’고 경호처 직원이 말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주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출입 금지 철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년이 다 돼가도록 재판은 끝나지 않고 있다. 출입 금지 조치를 한 경호처는 법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며 ‘보안상 이유’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경호처의 부실한 자료 제출로 재판은 지연되고 있고, 김 대표는 여전히 어린이정원을 출입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용산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하며 미국이 토양을 정화한 뒤 한국에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지만,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이 문제는 흐지부지 넘어갔다. 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환이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용산 어린이정원의 환경은 깨끗하며 중금속 함유도 기준치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김 대표는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유류 유출 사고가 총 84건이며, 이 중 주한 미군 자체 기준 최악의 유출량으로 분류되는 3.7톤 이상의 기름 유출 사고가 7건, 심각한 유출량에 해당하는 400리터 이상의 사고가 32건(최악의 유출량 포함)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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