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의 대부 극자성이 꽤나 당차게 “군자는 실질적인 바탕을 갖춰야지 형식적인 꾸밈은 뭐에 쓰겠소?”라고 말하자, 공자 제자 자공은 “아쉽게도 군자에 대한 그대의 설명은 옳지 않습니다. 옳지 않은 말을 한 그대의 말실수는 네 마리 말로도 따라잡을 수 없겠군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한번 튀어나온 말은 4두 마차의 속도로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뜻의 4자성어 ‘사불급설(駟不及舌)’이 나왔다. ‘일언출구(一言出口), 사불급설’, 8자성어로 쓰기도 한다.
극자성은 실질의 바탕을 중시한 나머지 형식의 꾸밈을 홀시했지만 자하는 “꾸밈이 곧 바탕이고 바탕이 곧 꾸밈”이라며 둘 다 중시했다. 이어, 호랑이 가죽을 개가죽이나 양가죽보다 중시하는 까닭은 털의 무늬(꾸밈) 때문이지 가죽 바탕 때문이 아니라고 하면서, 털을 벗긴 가죽(바탕)만으로 보자면 호랑이 가죽이나 개가죽, 양가죽이 다를 바가 없다는 멋진 비유도 했다. ‘사불급설’의 극자성은 자하의 훈계를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구시상인부, 언시할설도(口是傷人斧 言是割舌刀 傷:다칠 상, 斧:도끼 부, 割:자를 할).”라는 말이 있다.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이고, 말은 혀를 자르는 칼이다.”는 뜻이다. 말은 무섭다. ‘사불급설’임을 명심하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