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LMO 감자소식을 들은 뒤

2025-03-27

2월말 파종 후 다른 일을 하다가도 바람이나 기온이 변하면 모종을 보러 달려가며 한달여간 노심초사했다. 331㎡(100평) 규모의 육묘장을 가득 채웠던 모종들이 드디어 노지로 나가 한적한 모습이다. 브로콜리·양배추 모종, 그리고 씨감자가 있던 자리는 유기농 상토의 흔적만 가득해 썰렁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하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봄비가 오기 전, 그때에 맞춰 밭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매일 일기예보를 살피며 강수량을 따져보곤 했다.

이렇게 농사로 정신없는 사이 새 학기와 새 학년을 맞이한 세 자녀에게 혹여라도 소홀해질까 농장과 집 안팎에서 많은 애를 쓰던 우리에게 허탈한 소식이 들려왔다. 농촌진흥청이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에 대해 환경 위해성 심사 결과 ‘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뉴스였다. 이 소식을 접한 다음날 충북 괴산군에서 보급한 씨감자 쪼개기 작업을 끝내고 정식하기로 돼 있었다. 시간 단위로 계획을 짜뒀기 때문에 긴장했는데, 꿈에도 생각지 못한 LMO 감자의 국내 상륙 임박 소식에 우리 부부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허탈감과 함께 울화가 치밀었다.

‘식량주권’과 ‘종자주권’이라지만, 사실 나도 귀농 전 소비자로 살던 때는 먹거리 구입에 별다른 기준이 없었다. 단지 건강에 관심이 많아 항산화 식이요법 트렌드에 또래보다 민감하기에 돈을 더 주고서라도 안전한 채소·과일 등을 사 먹는 편이었다.

하지만 유기농 농부가 되고서 달라졌다. 제철에 나오지 않는 식재료는 거의 구입하지 않는다. 귀농 청년의 형편상 유기농만을 고집하기 어려워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제철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채소·과일을 선호하게 됐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면 아무 문제 없었고 트랙터 행렬이 고속도로에 이어지면 눈살을 찌푸렸던 철없던 시절과 작별하고 사회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2008년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옥수수를 수입했을 때도 논란은 거셌지만, 현재는 GMO 옥수수가 가공식품에 흔히 사용되면서 제조·가공 후 유전자변형 데옥시리보핵산(DNA) 또는 단백질이 남지 않으면 GMO 식품 표시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앞으로 20년 뒤, LMO 감자가 국내에서 씨감자로 보급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을까? 몸서리쳐지는 상상을 하며 올해 감자농사를 열심히 해 소비자들에게 LMO는 품종개량이 아닌, 우리 농업의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변이종이라는 사실을 더 당당히 이야기해야겠다.

김지영 라온농장 대표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