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의회 하원 다수당이자 여당인 공화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5년 앞당기는 법안을 추진한다고 주요 외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RA는 우리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에 혜택을 준 법안으로, 공화당은 이르면 이번주 본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내부적으로 협상하는 과정에서 IRA 세액공제 폐지 시점을 2028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공화당은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제정된 2033년까지인 IRA를 1년 단축한 법안을 추진했는데, 이를 4년 더 앞당긴 것이다.
당내 강경파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세제 법안을 하원에서 처리하는 데 협조하는 대가로 지도부에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법안은 감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와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등과 관련한 정부 지출을 줄이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강경파는 이 정도 지출 축소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메디케이드 수급자에 대한 근로 요건 조기 도입과 IRA 세액공제의 완전 폐지를 주장한다. 이들은 이같은 요구를 관철하고자 지난 16일(현지시간)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법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NYT는 강경파가 메디케이드 근로 요건의 신속한 도입과 IRA 세액공제의 추가 축소를 포함한 법안 수정을 약속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펀치볼뉴스도 공화당 출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IRA 청정에너지 세액공제의 조기 폐지를 강경파에 제안했으며 당 지도부가 모든 첨단제도생산세액공제 등 IRA 혜택을 2028년까지 없애는 데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법안에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이외에도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 구매자에 주는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30D)의 시한을 2026년 12월 31일로 6년 앞당기는 내용이 담겼다. 차량 대여(리스)와 렌터카 등 상업용 전기차에 제공하는 세액공제(45W)도 없애기로 했다. 청정수소를 생산한 업체에 주는 세액공제(45V)도 원래 2033년 이전에 착공한 시설에서 생산한 수소까지 받을 수 있게 했으나 착공 시기를 2026년 이전으로 앞당겼다.
IRA에 따라 전기차와 태양광, 풍력, 배터리 부품, 전극 활물질, 핵심광물 등을 생산하는 업체가 받았던 혜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법안은 이르면 이번주 하원 운영위원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 상정된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이 이번 주 법안 내용을 수정할 준비가 됐으며 청정에너지 세액공제의 더 공격적 폐지가 포함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IRA 덕에 투자를 유치한 지역구 공화당 의원이 급격한 폐지에 반대하면서 귀추가 주묵된다.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지만 공화당 220석 대 민주당 213석의 근소한 차이다. 공화당에서 4명만 이탈해도 법안 처리는 불발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