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리 공동체 “수라갯벌 파괴는 전 지구적 연결망 끊는 일”

2025-08-01

새만금신공항 예정 부지 보존 촉구 서한 전북지방환경청에 전달

뉴질랜드 마오리 부족의 황아누이 쿠아카(Whanganui Kuaka) 공동체가 최근 전북지방환경청에 수라갯벌 보존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수라갯벌은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법정 보호종 64종이 서식하는 핵심 생태지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서천갯벌과 연결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EAAF)의 중요한 거점이다.

황아누이 공동체는 서한에서 뉴질랜드-한국 서해-알래스카를 잇는 장거리 이동 철새 큰뒷부리도요(마오리어 쿠아카, Kuaka)의 서식지 보전을 위해 “연결된 모든 공동체가 신중하고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1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에 따르면 황아누이 공동체는 “쿠아카는 인류의 역사 이전부터 멀리 떨어진 장소와 사람들을 연결해 온 존재”라며 “쿠아카의 서식지를 훼손하는 결정은 곧 마오리 문화유산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수라갯벌에서 쿠아카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당국이 현명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큰뒷부리도요는 매년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알래스카까지 약 1만7000㎞를 이동하는 세계 최장 거리 철새다. 이들은 여정 중 단 한 차례 쉬는 중간 기착지인 새만금 갯벌에서 체중을 회복한 뒤 북극으로 향한다. 그러나 새만금 방조제 건설로 주요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개체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2006년 이전 4175개체가 관찰되던 큰뒷부리도요는 최근 274개체로 94%나 줄었다.

마오리 전승에서 쿠아카는 조상신 타네(Tāne)가 인도하는 길 테 아라 후아누이 아 타네(te ara whānui a Tāne)를 따라 이동한다. 마오리 이위(iwi, 부족)는 도요새를 따라 넓은 바닷길을 지나 아오테아로아(뉴질랜드)에 도착했다고 믿는다.

황아누이 공동체는 “쿠아카는 단순한 새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과 세계를 연결하는 상징(토후, tohu)”이라며 “수라갯벌을 공항 건설로 파괴하는 것은 전 지구적 연결망을 끊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마오리 이위(iwi, 부족)들은 2001년부터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과 갯벌 보존을 지속해서 촉구해왔다. 같은 해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열린 ‘환경과 예술 국제심포지엄’에서는 마오리 장승과 솟대를 제작해 새만금 해창갯벌에 세우는 국제 연대 활동도 진행됐다.

황아누이 공동체는 이번 서한에서도 “EAAF를 따라 연결된 모든 공동체가 쿠아카 서식지 파괴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며 “수라갯벌이 쿠아카 서식지와 생태적 삶의 방식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당국이 현명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새만금신공항 예정부지인 수라갯벌은 지구 전체, 모든 세대의 생명 기반”이라며 “이곳을 불필요한 공항 건설로 밀어버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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