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이별하는 다음, 과제는?

2025-05-23

포털 ‘다음(Daum)’이 카카오로부터 11년만에 독립한다. 카카오는 콘텐츠 CIC를 분사해 ‘다음준비신설법인’을 설립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카카오에서 ‘다음’을 담당했던 직원들이 대부분 신규 법인으로의 이동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새롭게 인력을 충원하며 홀로서기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음준비신설법인’ 출발

카카오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콘텐츠 CIC 분사에 대한 의결을 진행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023년 5월 다음사업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출범했다. 신설법인으로 이관되는 사업은 콘텐츠CIC에서 운영하는 다음메일, 다음검색, 다음뉴스, 다음쇼핑 등이다. 신설법인이 해당 서비스를 운영대행하는 형태로, 카카오는 올 연말까지 영업 양수도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새롭게 신설되는 법인은 카카오의 100% 자회사다. 카카오는 해당 법인의 신임 대표로 양주일 현 콘텐츠CIC 대표를 내정했다.

카카오는 신설법인의 ‘홀로서기’를 위해 자금을 지원한다. 카카오는 지난 22일 다음준비신설법인 보통주 300만주에 30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오는 6월 2일에는 130억원, 11월 13일에는 170억원을 출자한다.

인력 공백? 신설법인 채용 ing

문제는 다음을 담당했던 인력들이 신설법인으로의 이동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신설법인에 인력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분사 발표 직후부터 카카오 내부의 분위기는 부정적이었다. 분사 발표 직후인 지난 3월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온’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카카오 콘텐츠 CIC 분사 반대 피켓팅과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크루유니온은 “즉각적인 분사 철회를 요구한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카카오와 노조 양측은 최소한의 조건에 대해 비공개로 협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업무에 공백이 생김에 따라 신설법인이 신규 채용을 진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설법인은 기획, 개발, 인프라, 보안 등 분야에서 채용을 진행한다. 현재 ▲프론트엔드·백엔드 ▲데이터 엔지니어링 ▲인프라운영 ▲사업개발 및 제휴 등 총 22개 직무에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신설법인으로의 이동과 신규 채용 등에 대해 카카오 측은 “동의 인원에 대해 공개하지는 않으며, 연봉과 복지 등 기본 처우는 변화가 없는 방향으로 협의를 완료한 인원이 이동한다”며 “서비그 강화를 위한 충원 필요 인력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포털 다음의 홀로서기는 어떻게?

포털 사업의 자립이 신설법인의 주요한 과제다. 2023년 CIC로 출범한 후 다음은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포털 시장 내 다음의 입지는 내려앉은 상황이다.

인터넷트렌드 검색엔진 집계(2025년 4월 21일~5월 20일)에 따르면 다음의 점유율은 2.89%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네이버의 포털 시장 내 점유율은 62%, 구글은 30.74%, MS 빙(bing)의 점유율은 3.23%다.

포털 부문의 매출 또한 계속해 줄어들고 있다. 다음 PC와 모바일을 포함한 카카오의 올 1분기 포털 비즈 사업부문의 매출은 7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카카오톡 개편 이후 뉴스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트래픽이 줄었기 때문이다. 계절적 비수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문제는 다음사업부문이 CIC로 독립한 2023년 5월 이후 포털비즈 사업 부문의 외형이 꾸준히 감소했다는 점이다. 포털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계속해 잃었기 때문이다. 2022년 4분기부터 포털비즈의 매출은 1000억원 아래로 내려앉았고, 다음사업부문이 CIC가 된 직후인 2023년 3분기 포털비즈의 매출은 832억원이었다.

다음은 최근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21일부터 다음 내 숏폼 서비스 ‘다음 루프(loop)’에 오리지널 숏드라마 콘텐츠 ‘숏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올해 1월 다음 앱을 전면 개편하며, 변화의 의지도 내비쳤다.

카카오는 신설법인이 독자적인 경영 구조 기반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숏폼, 미디어, 커뮤니티 등 다음이 가진 자산을 활용해 다양한 실험에 도전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콘텐츠 등 카카오와의 시너지를 이어간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다음을 매각할까?

일각에서는 이번 다음 법인 독립에 대해 매각의 수순으로 이해하고 있다. 카카오가 다음을 핵심 서비스로 판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매각을 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다음이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는 부분도 거의 없고, 다음 자체로의 성장세가 높지도 않다.

카카오는 다음 서비스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금까지 카카오에서 다음을 담당했던 직원수가 약 300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카카오에 인수되기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직원수는 1500여명에 달했다. 카카오에 인수되고 다음 서비스 운영을 위한 인력이 어림잡아 5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카카오 노동조합도 “사실상 매각과 다를 바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 경영진은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신아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다음은 포털 사업으로서 독립적인 사업 가능성이 충분한데 현재처럼 카카로 안에 있을때는 구조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독립 경영 구조와 자율적인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라며 “현재 매각 계획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라는 단서는 미래에는 바뀔 수도 있다는 뜻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