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통장은 ‘한도대출’로 불리는 은행의 대출 상품 중 하나다. 통상 ‘마통’이라 불린다. 누구나 살다 보면 갑작스러운 소득의 단절이나 질병 등으로 목돈이 필요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기존 금융상품을 해지하거나 친척·지인에게 돈을 빌리지 않는 경우 요긴한 게 마통이다. 한 번에 목돈을 빌리는 신용대출과 달리 필요할 때 쓰고 다시 채워 놓는 형태다. 한 번 개설하면 만기 때까지 계속 쓸 수 있는 데다 중도상환수수료도 없고 이자는 마이너스(-)로 표시된 금액에 대해서만 내면 된다. 직장인 상당수가 1~2개의 마통을 갖고 있을 정도로 필수 금융상품이다.
마통의 ‘달콤한 유혹’은 떨치기 힘들다. 신용대출과 달리 통장 잔고에서 알아서 이자가 빠져나가다 보니 둔감해지기 십상이다. 어느 순간 ‘마이너스’라는 단어는 지워지고 ‘통장’이라는 단어에 매몰돼 ‘주머니 속 쌈짓돈’으로 인식한다.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소비습관이 몸에 배면 돌아오는 건 적자 인생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재정이 부족하면 돈을 빌려야 한다. 국채 발행은 장기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조달이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 정책 차원에서 이뤄진다. 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린 뒤 이자를 지급하다 상환 기간이 되면 액면가(원금)를 지급한다. 하지만 국채 발행이 늘면 국가 부채가 늘면서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정부도 일명 ‘한은 마통’을 이용한다. 정식 이름은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제도’다. 지난해에만 이 제도로 173조원을 차입했다. 2023년 117조6000억원보다도 47% 급증했다. 이자로만 2092억원을 물었다. 쓸 곳은 많은데 세금이 덜 들어왔다는 방증이다. 추경과 국채 발행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로서는 고육지책이다. 국고금관리법에는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대출을 받으려면 먼저 재정증권 발행으로 부족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결국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정부는 일시차입금 평균 잔액이 재정증권 평균 잔액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부대조건까지 추가했다. 나라 살림 비용이 급전으로 융통돼서는 곤란하다. 치밀한 세수 확보 대책을 마련해 재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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