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기준금리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은 인민은행이 금융기관에 일정 기간(주로 1년) 유동성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이자율을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로 설정한다. MLF는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 설정에 기반이 되고 1년물 LPR은 신용대출, 5년물 LPR은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된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인민은행이 대출 증가를 위한 ‘양적 목표’에서 벗어나 ‘금리 조정’ 중심의 통화정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올해 ‘적절한 시기에’ 현재 수준인 1.5%에서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연준이나 유럽중앙은행(ECB) 등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주로 사용하는 통화정책 수단은 기준금리다. 반면 중국은 LPR, 역레포 금리와 같은 다양한 이자율을 설정하고 은행들이 대출 규모를 얼마나 늘려야 할지에 대한 비공식 지침을 내리는 식으로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FT는 “이런 지침은 수십년 동안 경제를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도구였으며 대출이 제조업·기술·부동산 등 고성장 부문에 집중되도록 유도했다”며 “그러나 인민은행의 관리들은 지금 개혁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다양한 이자율을 설정해 통화정책을 펼치는 방식이 고성장 시대에는 유효했지만 당국이 공식적으로 5%안팎 성장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만큼 이참에 통화정책을 개혁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리처드 쉬 중국 금융 수석 애널리스트는 “금리 개혁은 2025년 인민은행의 진정한 초점이 될 것”이라며 “중국 경제 발전은 은행 대출 규모를 늘리는 데만 집중했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이 바뀔 경우 기준금리는 7일물 역레포 금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9월 인민은행은 7일물 역레포 금리를 0.2%포인트 낮춘 1.5%로 조정했는데 당시 쩌우란 인민은행 통화정책국장은 “7일물 역레포 금리가 주요 정책금리 기능을 사실상 담당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통화정책을 전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정부가 기존 유동성 확대 시스템을 통해 첨단기술과 제조업 부문에 자금 지원을 원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지난해 중국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자 7일물 역레포 금리를 2차례, 5년물 LPR을 3번이나 인하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도널드 트럼프 2기 체제에서 미중 갈등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인민은행의 정책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중국의 통화정책은 미국·유럽·일본에서 익숙한 시스템과 비슷해질 것”이라면서도 “정책 결정을 위한 공개적인 정기 회의 등 필수적인 요소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