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신동현 기자] 미국 국방부가 중국의 빅테크 기업 텐센트를 '중국 군사 기업' 명단에 추가하면서 게임업계는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는 중이다.
텐센트는 크래프톤,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국내 게임사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임사 관계자들은 제재의 구체적인 수준이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텐센트를 포함해 총 134개 중국 기업을 '중국 군사 기업' 명단에 올렸다. 해당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과의 거래는 2026년 6월 30일부터 금지될 예정이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IT 기업 중 하나로 게임, 클라우드 서비스, 소셜 네트워크,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게임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텐센트는 e스포츠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의 최대주주다. 구글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에픽게임즈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미국 SNS업체인 레딧, 스냅 등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텐센트는 국내 주요 게임사의 지분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최근 스텔라블레이드를 흥행 시킨 시프트업의 지분 34.9%를 보유한 대주주다. 국내 대형 게임사인 넷마블의 지분 17.5%와 크래프톤 지분 14.6%를 보유 중이다. 최근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판권을 확보해 운영 중인 이슈작 '패스 오브 엑자일 2'의 개발사 그라인딩기어게임즈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유통에서도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텐센트는 넥슨 ‘던전앤파이터’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 모바일)’ 등의 중국 공급을 맡고 있다. 던파모바일은 지난 5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매출 10억달러(약 1조4092억원)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넥슨의 중국 시장의 매출 비중은 작년 3분기 기준 42%를 기록하며 한국(35%)을 제쳤다.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중국 유통도 텐센트가 맡는다.
엔씨소프트도 ‘리니지’ ‘리니지2’ 등의 중국 유통을 텐센트에 맡기고 있다. 크래프톤은 텐센트를 통해 중국 내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서비스하고 있다.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글로벌 배급도 텐센트 자회사 레벨 인피니트가 맡고 있다. 넷마블의 '제2의 나라' '석기시대:각성'도 텐센트가 퍼블리싱 중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텐센트가 주요 파트너이자 투자자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번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임사 관계자들은 '미국의 제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선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미국의 제재 수준과 세부 조치가 발표돼야 향후 영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이번 (텐센트)의 블랙리스트 등재와 관련해 제재 방안 등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민감한 사안이어서 코멘트를 드리기 어렵다"며 "회사 차원에서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텐센트의 블랙리스트 등재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넷마블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제재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업계에서도 이번 조치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내 기업들과의 거래 금지가 현실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당장 국내 게임업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아직 상황이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제재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다"며 "갑자기 벌어진 사안인지라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없으며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강화해 텐센트의 의존도를 줄이고 중동, 남미 등의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부 업계 전문가는 "한국 게임업체들이 그동안 텐센트에 의존도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계기로 텐센트 의존적인 생각을 바꾸고 새로운 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의하면 2028년 사우디아라비아 게임시장 규모는 4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데이터분석업체 센서타워는 2023년 중남미 지역 모바일게임 수익을 13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