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애들 다칠까 봐 걱정·불안…뜻도 모르는 구호 외쳐"
방학 중 등하교 70여명 위해, 교육청 등 통학안전지원단 운영
"애들이 뭔 잘못이냐.
빨리 좀 마무리돼서 안전한 등교가 되길 바란다."
10일 오전 9시4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초 교문 앞에서 만난 40대 여성 전 모 씨(44)는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배웅하는 길이다. 일주일째 자녀와 등교한다는 전 씨는 "애들한테 큰소리치고 욕하고 심지어 '누구를 죽여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며 "애가 다칠까 봐 걱정되고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아들이 방학 중 돌봄교실에 다니고 있다는 김수현 씨(40)도 "집회 초반에 너무 심하게 하니깐 애들이 많이 무서워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배신자 한동훈 밟아 밟아' 같은 구호를 애들이 그대로 따라 한다. 그냥 뭔지도 모른다. 엄마 이 노래가 계속 들려 하면서 따라 한다"고도 했다.
김 씨는 "요새는 그래도 이렇게 경찰과 도우미분들이 도와주셔서 안심된다"며 "집회하시는 분들도 아이들이 오면 비켜주시고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관저 소재지인 한남동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집회의 성지'로 떠올랐다. 특히 관저 바로 옆에 있는 한남초는 보수·진보 집회 장소 중간에 위치해 충돌 우려 지역으로 꼽힌다. 양측 간 대치 가능성이 크고 실제 크고 작은 충돌도 잇따랐다.
일대에는 경찰 수십명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양측 집회가 동시에 열리면 한남대로 도보 양옆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통행이 제한되기도 한다.
학교 주변 전봇대와 울타리 등 곳곳에 태극기·성조기와 함께 원색적인 보수집회 표어가 붙었다. 학교 담벼락을 따라 추위를 막기 위한 돗자리, 담요, 박스, 간이의자 등이 널브러져 있다. 얼핏 보면 빈민촌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교문 건너편에는 과자와 컵라면 상자들이 쌓여 있다. 한편에는 꽉 찬 쓰레기봉투가 환경미화원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아이들 배움을 위해 소리는 낮춰 주세요' '우리 아이들 안전을 위해 통학로는 지켜주세요'라는 현수막이 무색해 보인다.
현재 한남초는 방학 중 돌봄교실과 늘봄학교, 겨울캠프, 유치원 등에 다니는 70여명의 학생이 등하교 중이다. 이들 학생과 학부모는 등하교할 때마다 이 같은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집회가 장기화하면서 교육청 등은 등하교 통학안전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앞 스쿨존' 어깨띠를 맨 한 교육청 직원은 "부모님들 걱정이 많으시다"며 "혼자 통학하는 학생들도 있어서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교문 앞 횡단보도 양옆에는 안전한 통행로 확보를 위한 바리케이드가 서 있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교육 활동 시간에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판도 있다.
이날 오후 3시 교문을 나온 딸과 손을 잡은 40대 여성은 교통경찰 2명의 보호를 받으며 차도까지 이동했다.
5분 뒤 한 보수 지지자는 학교 앞을 지키는 경찰을 향해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때려잡아야지 왜 여기 있냐"고 따져 물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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