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어떻게 다스릴까
① 스트레스를 점검하라
② 감정 폭발할 것 같을 땐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라
③ 과거 상처를 들여다봐라
④ 스스로를 믿어라
최근 뉴스에서는 순간적인 화로 인해 발생하는 우발적 사건·사고들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교통사고·폭행, 심지어는 살인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 분노 조절의 어려움이 관련돼 있는 경우들이 많다.
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원 교수는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감정을 건드리는 순간이 많다. 하지만 감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화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공격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 이는 일상적인 스트레스가 아닌 ‘분노 조절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불편한 감정을 슬기롭게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트레스를 점검하라
만약 화가 자주 치밀고 사소한 일에도 과민 반응을 보인다면 우선 현재 자신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약해진다.
이 교수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고 평소보다 피로감이 크다면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이 스트레스 속에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감정을 조절할 여유를 앗아간다. 따라서 현재 상태를 돌아보고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화를 벗어나 숨 쉴 여유를 가져라
감정이 폭발할 것 같은 순간에는 그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교수는 이를 “압력밥솥의 증기를 빼주는 것”에 비유하며 긴장을 푸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분노가 극대화된 상태는 외부 자극에 과도하게 민감해지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따라서 심한 화에 휩싸였다면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나 한숨 돌릴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즉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잠시 멈추고 감정을 천천히 살피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의 상처를 이해하라
만약 화가 반복적으로 찾아오거나 특정 상황에서 특히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다면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반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겪으며 살아간다. 학교폭력, 자연재해, 정서적 학대, 이별이나 사별 등 다양한 경험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현재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그는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행동과 감정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픈 상처는 스치기만 해도 아픔을 유발한다. 반복적으로 화가 나는 특정 상황이 있다면 그 순간이 과거의 상처를 자극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감정을 존중하는 법
불편한 감정을 다스리는 과정은 마치 속상한 아이를 다독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와 다툰 뒤 방으로 들어가 문을 세게 닫는다면 당장 혼내기보다 진정할 시간을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불편한 감정도 억누르거나 다그치기보다는 이를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는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자신을 자책하는 것은 감정을 더 억압하게 만들 뿐”이라며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잠시 머물게 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불편한 감정이 머무를 시간을 주고 이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연습은 상처를 치유하는 첫걸음이다. 그는 “상처를 치유하려면 먼저 내 감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믿고 나아가라
감정 다스리기와 상처 치유는 쉬운 과정이 아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우리 모두는 생각보다 강하고 좋은 경험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내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든, 나를 지탱해 준 긍정적인 순간이 분명히 있다. 그것이 기억나지 않을지라도 나를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 치유할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 많은 사람의 마음에 찾아오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윤정기자
도움말=칠곡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원 교수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