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한 켤레
김선희(1958∼)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이제는 도리 없다”
요양병원 지겹다고 사는 게 두렵다고
어머니 부러진 다리 슬그머니 매만진다
먼지 뽀얀 신발을 날마다 쳐다보며
중얼 중얼 혼잣말에 눈물도 글썽이며
맨발로 가야할 길도 있는가를 묻는다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장수의 저주
눈 내린 날 아침, 김선희 시인의 슬픈 시를 읽는다. 어느새 요양병원이 생애에 마지막으로 이사하는 곳이 되고 말았다. 이 병원으로 들어오면 모든 자유를 속박당해야 한다. 몸이 불편한 환자의 안전을 고려한 병원의 조치를 원망할 수도 없다. 환자는 늘 퇴원을 꿈꾸지만 꿈으로 그치고 마는 안타까움. 헐리우드의 화제작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비극적 장면들이 일상사 되어 일어나기도 한다. 장수의 저주인가?
나도 치매로 고생하시던 장모를 모시며 주간 보호센터, 요양원, 요양병원으로옮길 때마다 가슴 아픈 결정을 해야 했었다. 돌아가시고 나니, 요양원으로 모시려할 때 “너희 집에 그냥 있으면 안되겠니?”하시던 모습이 아프게 남는다.
이제 노인 문제는 개인의 사안으로 치부할 때가 지났다. 국가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