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던 박 모(18) 군은 이번 수시에서 ‘수능 최저’ 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해 재수를 결심했다. 재학 중 내신 1등급을 유지하던 박 군은 활동 우수자 전형으로 지원해 2개 과목 합 ‘2등급’을 맞춰야 했는데 이번 수능에서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해 용인의 기숙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박 군은 “주변 친구들도 영어는 1~2개 등급이 기본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학부모 A 씨는 수험생 자녀의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을 알아보기 위한 온라인 ‘합격 예측 프로그램’ 구입에만 며칠 새 20만 원가량 썼다. 학교나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무료 상담 신청은 이미 신청해놓았지만 그 정도로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서다. A 씨는 “대치동 학원 컨설팅은 1시간에 30만 원 정도 한다고 들었지만 예약을 잡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수시에서 수능 최저 등급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이 늘어남에 따라 이달 29일 정시 지원을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 절대평가인 영어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쳐 최저 등급 확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탐런’에 따른 유불리 판단이 쉽지 않아 온라인 입시 컨설팅 서비스 이용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번 수능에서 사회탐구 과목을 1과목 이상 선택한 학생은 무려 전체의 77.14%에 달한다.
입시 업계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벌써부터 2027학년도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 재수 학원 관계자는 “영어에서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한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재수 선행학습반 문의가 많다”며 “특히 2027학년도 수능은 현행 대입 제도가 적용되는 마지막 수능이라 재수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절대평가 도입 취지와 맞지 않게 영어가 특히 어렵게 출제돼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한 수험생들이 많다”며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서둘러 재수를 결심하는 수험생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불수능 외에 유달리 높은 정시 경쟁률 또한 이 같은 ‘재수 열풍’의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2026학년 대입 정시 모집 인원은 6만 9331명으로 전년 대비 122명 감소한 반면 수능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3만 1504명 늘어난 55만 4174명으로 7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특히 입시와 관련한 변수가 지나치게 많다 보니 입시 컨설팅 수요도 증가 중이다. 실제 수능 점수를 입력하면 표준점수 및 대학별 가중치 등을 반영해 지원 가능 대학을 알려주는 사설 교육 업체의 서비스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진학사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온라인 입시 컨설팅 서비스 가입자 수가 지난해 대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서비스가 비교적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다급한 학생과 학부모 상당수는 프로그램 여러 개를 구입해 합격 관련 경우의 수를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가장 이용자 수가 많은 진학사의 ‘정시합격통’ 서비스의 가격은 8만 5000원이며 텔레그노시스의 ‘스탠다드플랜(8만 8000원)’, 메가스터디의 ‘정시합격 예측 서비스 20회 권(7만 원)’, 종로학원의 ‘종로합격예측서비스(8만 원)’ 등도 대부분 7만~9만 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 외에도 개인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엑셀 기반의 ‘고속성장분석기(3만 원)’ 또한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다. 서울 대치동에 자리한 대부분의 입시 전문 학원은 시간당 30만 원을 받고 개인별 입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상담 수요가 몰려 수험생이 실제 오프라인 상담을 받기는 쉽지 않다.
한 입시 학원 관계자는 “대학별 성적 반영 기준이 다르고 합격 기준 역시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모의 지원에만 수십만 원을 써야 하는 구조”라며 “결국 수능 준비 과정뿐 아니라 원서 접수 과정에서도 경제력에 따라 어느 정도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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