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선행없이 전교 5등 했다…대치동 누테쌤, 서울대 간 비결 [요즘 수학 로드맵⑥]

“현재 입시에서 닥수가 필수냐”는 질문에 손아름 에스온수리영재아카데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닥수는 초등 고학년 때 진도를 빠르게 빼면서 수학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입에서 수학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그 시기가 초등 저학년과 미취학으로 앞당겨지고 있다. 학원을 2~3개씩 다닐 정도로 강도도 세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손 대표는 “방향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데, 옆집 애가 달린다고 같이 뛰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이마다 수학적 역량이 다른데, 이를 무시한 채 강도 높게 공부하는 건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공부 정서를 해쳐 손을 놔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

손 대표는 “닥수보다 과목 간 균형학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학만으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갈 수 없는 만큼, 국어·영어도 잘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결과도 이를 잘 보여준다.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칠 정도로 ‘불(火)영어’였다.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고, 지난해 1등급 비율(6.22%)의 절반 수준이다. 손 대표는 “영어 때문에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을 못 맞춰 정시 준비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게 바로 닥수의 폐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미래탐구 수학 강사로 대치동(서울 강남)에 발을 들였다. 서울대 의류학과 재학 시절 과외를 하면서 가르치는 데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2020년 대치동에 문을 연 에스온수리영재아카데미는 초·중학생 대상 누적테스트(누테) 학원 중 하나다. 재원생은 400여 명이고, 입학테스트(입테)에는 그 3~4배가 몰린다. 학생·학부모를 만난 경험을 담아『대치동 초등 로드맵』도 냈다. 대치동 내부자의 시선으로 닥수 현상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담았다. 닥수의 진짜 문제점은 뭘까? 닥수 없이 수능 1등급을 받는 것도 가능할까? 지난 3일 손 대표를 만나 직접 물었다.

Intro ‘닥수’(닥치고 수학) 우려하는 이유

Part 1 백업·서브 학원? 아이 상태 살펴라

Part 2 중2 9월, 고등 선행 마지노선이다

Part 3 누적 테스트, 혼자도 할 수 있다

🎒백업·서브 학원? 아이 상태 살펴라

닥수는 이르면 태어나면서부터, 아니 배 속에서부터 시작된다. 임신했을 때 『수학의 정석』을 풀며 태교를 하고, 돌 이후부터 1000만원이 넘는 교구를 들인다. 4세엔 교구 활동 학원에 다니고, 6세 사고력 수학 학원을 기점으로 본궤도에 오른다. 초등 저학년부터 선행·심화를 달리고, 초등 고학년 때는 ‘누테’(누적 테스트) 학원을 다니며 구멍을 메운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손아름 대표는 “대치동에서 수학 학원을 운영하지만, 현재 닥수 열기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왜 그런가요?

대입에서 수학은 항상 중요했어요. 하지만 이 정도였던 적은 없었습니다. 수학이 블랙홀처럼 모든 과목을 빨아들이고 있어요. 과목 간 밸런스가 무너지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수학을 어느 정도 먼저 끝내겠다는 건데, 그러다 큰코다칩니다. 수학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고, 국어·영어까지 다 놓칠 수 있어요. 이번 수능이 이걸 잘 보여주고요.

뭐가 문제일까요?

현재 아이가 학원에서 배우는 과정을 잘 소화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국어·수학·영어 학원을 골고루 다니고 있다면 문제가 없는 겁니다. 어느 한쪽으로 쏠림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초3이 고1 과정을 해도 이걸 유지할 정도면 자기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한다고 볼 수 있어요. 문제는 반대의 경우죠. 일주일 내내 수학 학원만 다닌다거나, 메인 학원을 위한 서브·백업 학원에 다닌다? 수학 학원 추가하려고 국어·영어 수업 뺀다? 이건 좀 위험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