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기적 4g

2024-10-21

파는 곳도 몰랐던 로또복권

똥 꿈꾼 날 뒤늦게 두 장 샀네

바람 소리 따라 공이 흔들리네

TV 화면 속에서

가볍디가벼운 4g

떠오르는 공은 전錢의 샹그릴라

뽑힌 공 숫자 따라

한숨이 교차하고

훌쩍 날아오르지 못한 번호를 들고

개꿈을 쯧쯧 탓한다

기적을

기적으로 지키는 일

잡을 수 없는 헛바람 같았어도

어디엔가 있다는 행운을

넘보고 싶었던 거다

허비한 시간만큼

기다리는 즐거움도

4g의 무게였다

◇피귀자= 2003 '수필과비평' 수필, 2014 '창작에세이'평론, 2018 '인간과문학'공모 시 당선. 대구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 '수필과 지성' 창작아카데미 원장 등 역임.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시), '수필과 비평'문학상, 대구수필가협회 문학상 등 수상. 형상시학회 회원. 수필집: '종이날개', '그대에게 가는 길'이 있음.

로또 복권을 산다는 것? 물질적 욕망과는 거리를 두는 시인들에게는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시인의 특성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니. 이미 일상화된 "로또"라는 말에 대한 이해를 위해 아마도 시인은 복권을 사본 것이다. 복권을 빼놓지 않고 1주일에 한 번, 그것도 여러 장이 아닌 한 장을 월요일 저녁에 사는 사람이 있다. 그의 변에 의하면 일주일 치의 "인생 역전" 기대감을 오천 원으로 산다고 한다. 그러니까 발표를 기다리는 일주일은 아플 수도 죽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행복을 산 것이라 한다. 이쯤 되면 사행성을 운운할 수는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추첨 기계속에서 굴러떨어지는 가볍디가벼운 4g을 두고 시인은 전錢의 샹그릴라로 묘사하는가, 하면 허비한 시간만큼 기다리는 즐거움도 4g의 무게였다는 마지막 연에서는 어젯밤 꾼 내 꿈의 무게도 한번 달아보고 싶게 한다. -<박윤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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