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미생물, 이른바 슈퍼박테리아가 확산하는 '항생제 비상사태'로 인해 사망률이 두 배로 뛰고 수천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돼 화제가 되고 있다.
5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데임 샐리 데이비스 박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 모든 인구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생제 비상사태가 커지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영국 전직 최고 의료 책임자인 데이비스 박사는 슈퍼박테리아라는 새로운 재앙에 맞서기 위한 세계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대표적인 옹호자가 됐다.
그녀는 가디언 주말판인 옵저버를 통해 슈퍼박테리아의 확산으로 인해 수술과 출산 등 일상적인 시술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실제적인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스 박사는 또 "매년 약 백만 명이 슈퍼박테리아로 인해 사망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향후 25년 동안 증가할 것"이라며 "향후 25년간 약 4천만 명이 목숨을 잃을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노인들이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그녀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5세 이하 어린이의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70세 이상의 경우 이로 인한 사망률이 90년대 이후 80% 증가했다"며 "고령화 인구일수록 만성 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슈퍼박테리아에 더 취약해진다"고 전했다.
이런 위험성에 직면한 의사들은 그동안 항생제 처방을 최대한 지양하는 등 노력했지만, 항생제의 의학적 오용만이 내성, 슈퍼박테리아의 유일한 경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대신 환경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항생제의 약 70%를 가축에게 투여함으로써 항생제 내성이 진화할 수 있는 동물군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스 박사는 "우리는 본질적으로 소, 닭, 양과 같은 가축에게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성장 촉진제나 예방제를 주는 대신 값싼 대안으로 항생제를 던져주고 있다"며 "이 행위는 슈퍼박테리아 등 미생물이 진화하도록 돕고 내성이 퍼지도록 하는 일"이라고 했다.
또 그녀는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집약적 농업 지역이나 하수 처리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병원이 있다면 슈퍼박테리아가 수로를 통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며 "심지어 오염된 땅이나 물에 바람이 불면 슈퍼박테리아와 유전자가 옮겨져 다른 곳에 쏟아진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한편, 데이비스 박사는 이러한 슈퍼박테리아를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할 유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여기서 시장 모델이 붕괴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80년대 후반 이후 항생제가 일상적으로 사용되지 않았고,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해도 누군가 일 년에 한 번 주 1회 사용했다. 이익 창출이 불가능하다"며 "반면 매일 복용해야 하는 혈압약이나 몇 달 동안 투여해야 하는 항암제는 제약 회사에 압도적으로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새로운 항생제 개발 유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긴박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적절한 조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2026년까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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