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의 아무런 사전 교감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민의힘은 큰 충격을 나타냈다. 한동훈 대표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 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어 이날 오후 11시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도착해 “요건도 맞지 않은 위법한,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라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국민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께서는 안심해주길 바란다”며 “반드시 저희가 위법·위헌적인 비상계엄을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비상 지도부 회의를 소집했고,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 비상계엄선포와 관련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계엄은 물론 심야 기자회견도 금시초문”이라며 “전혀 상의된 적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계파와 출신 지역을 막론하고 당혹스러워했다. 충청권 중진 의원은 “나 역시 TV 뉴스로 소식을 들었다”며 “여당 의원 전체가 ‘멘붕’(멘탈 붕괴) 상태”라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 중진 의원도 “어떤 의도로 말씀하셨는지 다들 모여 파악 중인데, 확인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초선 의원은 상황을 묻는 기자에게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되물으며 “전화를 돌리는데 아무도 전후 사정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의원은 “이 시국에 계엄을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계엄령 소식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보좌관들은 국회로 속속 모였지만, 경찰이 국회를 폐쇄하고 출입을 막으면서 발만 동동 굴렀다. 한 보좌관은 국회에 진입하려다가 정문이 폐쇄된 것을 확인하고 의원에게 다급히 전화한 뒤 서둘러 당사로 발걸음을 돌렸다. 해당 보좌관은 “지금 여당은 의원, 보좌진, 당직자 할 것 없이 대혼란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형 핵탄두가 터졌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 수도권 의원은 “탄핵소추를 남발하고 내년도 예산안까지 사실상 탄핵하는 것은 분명한 야당의 잘못이지만, 헌법상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이 계엄령을 해제해야 한다”며 “이것을 대통령도 뻔히 알 텐데, 그런데도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