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투자에 나선 가운데 해외 사업을 이끄는 오너 4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에게 관심이 쏠린다. 그룹 차원에서 미국 사업을 확장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향후 후계자로서의 입지와 승계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미국 자회사 '슈완스'는 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타 주에 아시안 푸드 신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초기 투자액만 7000억원, 부지는 축구장 80개 크기(57만5000㎡)의 대규모 투자다. 2027년 완공 시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공장이 된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식품업체 슈완스를 인수한 이후로 미국에 총 20개의 식품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미국은 특히 해외 식품사업 매출의 80% 이상을 올리는 핵심 시장이다.
CJ푸드빌은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로 해외 사업을 전개한다. CJ푸드빌은 2022년 미국 공장 투자를 확정하고 조지아 주를 최종 선정했다. 약 700억원을 투자한 약 9만㎡ 부지 규모의 공장으로 올해 하반기 완공 목표다. 북미 지역 뚜레쥬르 가맹점의 생산 거점이 될 예정이다.
CJ그룹이 공격적인 북미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해외 실적이 있다. 실제 CJ푸드빌 미국 법인은 2018년 해외법인 최초로 흑자 전환한 이후 매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미국법인 순이익은 146억원으로, 전체(358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외자유치에 적극적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CJ그룹은 미국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CJ그룹은 2019년 트럼프 방한 당시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트럼프와 회동해 인연을 맺은 바 있다. CJ그룹이 2017년부터 개최 중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도 코로나를 이유로 2020년부터 미국에서 열려 교류도 활발한 상황이다.
그룹 차원의 대미 투자와 해외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실장의 보폭 또한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선호 실장은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해외 사업과 신사업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다. 그의 성과는 승계와도 연관이 깊은 만큼 이번 글로벌 확장세를 계기로 경영 능력을 입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룹 내 이선호 실장의 역할 또한 급부상한 모양새다.
업계에선 CJ제일제당이 작년 말 내놓은 알짜 사업부 그린바이오 사업의 매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매각 대금을 활용해 본업인 '식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유력 시나리오로는 해외 식음료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이 거론된다.
M&A 성공사례는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가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CJ헬스케어를 매각한 뒤 이듬해 슈완스를 사들였다. 슈완스는 이재현 회장이 성사시킨 역대 가장 큰 규모의 M&A다. CJ제일제당은 이후 슈완스 유통망을 활용해 '비비고 만두'를 현지 1위로 안착시키며 사업을 키웠고, 그 결과 현재 전체 식품 매출에서 해외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과거와 같이 신규 M&A를 통해 해외 식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경우 그 선봉장인 이 실장은 승계의 정당성을 마련하고 그룹 내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CJ그룹은 유럽 신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작년 말 미국공장 투자 발표와 동시에 유럽 헝가리에 신규 공장을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약 1000억원에 축구장 16개(11만5000㎡) 크기의 공장을 건설해 내년 하반기부터 유럽 사업의 대형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상반기 헝가리 법인과 프랑스 법인을 설립했다.
조상훈·김태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헬스케어 매각을 통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매각대금을 슈완스 인수에 사용해 K-푸드 대장으로 거듭난 바 있다"며 "매각 대금은 유럽 시장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