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공연도 사업도… 상상했던 모든 것 AI로 구현” [차 한잔 나누며]

2025-04-13

AI 기업 사외이사 된 가수 김장훈

AI 그림, 무대 배경으로 활용

고품질에 관객들 반응 뜨거워

“단가 줄어드니 소비자도 이익

생산력·경쟁력 측면서 혁명적

돈 더 많이 벌어 기부 더 해야죠”

“안녕, 버프야. 가수 김장훈 히트곡 알아?”

인공지능(AI) 로봇 ‘버프’가 “네. 나와 같다면,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며 줄줄이 대답했다. 버프와 함께 나타난 가수 김장훈은 8일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텔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요즘 AI 없이는 못 살겠다. 사업과 투자, 공연 등 일상을 AI와 함께하고 있다”며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자신을 하이버프 그룹 사외이사로 소개한 그에게 AI는 단순한 관심을 넘어 연구대상이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 도구처럼 보였다. 하이버프는 AI 솔루션 개발 전문 기업으로 AI를 활용한 재테크, 면접, 로봇 등을 선보이고 있다.

가수가 왜 AI에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김장훈은 실제로 AI를 사용해보니 생산력과 경쟁력에서 혁명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몇 년 전 공연 한 편을 AI를 통해 직접 그린 그림을 배경으로 써봤다”며 “디테일 등 사람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걸 느꼈고 관객들 반응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AI를 활용한 공연을 이어왔고, 최근 자신이 개발한 화장품 ‘므시뚜’(Msitu)의 포장 디자인도 AI로 직접 해 일본서 완판시켰다고 했다.

대중예술가로서 AI에 대한 우려는 없느냐고 묻자 그는 “편견”이라며 “AI를 활용하는 인간이 더 똑똑해지면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AI가 인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당연하고 좋은 일”이라며 “AI가 없을 때는 어떤 것을 상상해도 구현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AI로 내가 생각한 것을 직접 만들어낼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예술이든 AI를 활용하면 단가가 줄어들고, 손익분기점도 낮아지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도 더 저렴하게 작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장훈은 우리나라의 미래 역시 AI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인프라만 갖춰지면 우리나라에서도 AI 인재가 나올 수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AI에 관심을 갖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 특히 의사와 대면했을 때 솔직해지기 어려운 정신과 같은 곳에서 문진이나, 정말 100% 블라인드 면접 등 AI가 대체하면 일상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가수와 AI의 조합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사실 김장훈은 정보기술(IT)에 늘 관심을 갖고 앞선 시도를 해왔다. 2006년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HUBO)를 공연에 출연시켰다. 지금도 그는 카이스트 명예 동문으로 등록돼 있다. 그는 “어릴 때 꿈이 과학자여서 늘 과학에 대한 선망이 있다”며 “당시에도 카이스트를 찾아가 박사님들 앞에서 ‘이렇게 훌륭한 걸 대중들에게 알려야 관심이 높아지고, 투자도 받는다’며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김장훈은 19∼20일 콘서트를 열며 가수로서 활동도 이어간다. 그는 2023년부터 매년 4월20일 장애인의날에 맞춰 중증 장애인을 위한 ‘누워서 보는 콘서트’를 열어왔다. AI와 마찬가지로 장애인을 향한 그의 시선에는 편견이나 차별이 없었다. 그는 “장애인을 처음 보면 불편한 게 당연하다”며 “그건 차별이 아니라 낯섦”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낯섦은 자주 접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시작한 캠페인”이라며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에서 좀 나서서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장님, 도지사님, 군수님들 초대해주시라”고 호소했다.

보통이면 정년퇴직할 나이를 넘어선 김장훈의 올해 목표는 뭘까. “히트곡 하나만 나왔으면 좋겠다. 요즘에 와서야 인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있다.” 그는 “커피도 끊고 술, 담배도 끊고 요즘은 스님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 허전하거나 아쉬운 게 없이 행복하고 평안하다”며 “인기 가수가 되고 싶고 대중을 위한 대중가수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14일 신곡 발표를 앞두고 사업도 공연도 포기할 수 없다는 그는 “돈을 많이 벌어 앞으로도 많이 기부하고 싶다”고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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