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롯데 최항(31)이 집에 올 때면 항상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었다.
옥상에서 ‘형’ 최정(38·SSG)이 항상 배트를 들고 훈련하는 모습이었다. 최항은 “형은 옥상에서 항상 혼자 훈련하고 있었다. 그런걸 보면 지금의 형의 모습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동생조차도 감탄하며 바라봤던 형은 지난 13일 KBO리그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썼다. 최정은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와의 홈경기에서 6회 NC 선발 라일리 톰슨의 6구째를 받아쳐 담장을 넘겼다. KBO리그 최초로 500홈런 기록이 나온 순간이었다. 이미 지난해 KBO리그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 치운 최정은 올해 5홈런을 추가하며 500홈런을 채웠다.
인천에서 나온 대기록 소식은 최항에게도 전해졌다. 이날 최항은 “형이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가 내 머릿 속에 그려지는 것 같다. 동생으로서 내가 더 뿌듯하고, 축하한다”라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롯데에서 뛰고 있는 최항은 지난해 4월2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SSG의 경기에서 형이 최다 홈런 신기록을 달성하는 모습을 상대편 선수로 바라봤다. 그 때만해도 최정의 홈런 개수는 486개였는데 어느덧 500개가 됐다. 최항은 “지난해 홈런도 대단했는데, 이번 500홈런은 역시 더 대단하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최항은 형을 바라보면서 야구 선수로서의 길을 따라갔다. 최정이 졸업한 유신고를 졸업했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현 SSG)에 지명을 받아 형과 같은 팀에서 활약했다. 2023시즌을 마치고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롯데로 이적하게 되면서 팀 동료에서 ‘적’으로 바뀌었지만 형을 응원하는 마음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동생으로서 최정이 얼마나 야구에 대해 진지한 선수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최항은 “형은 경기를 할 때에는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하면서도, 야구 자체에 대해서는 절대 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계속해서 연구하고 계속해서 파고든다. 몰입력과 꾸준함이 대단하다”라며 형의 장점을 꼽았다.
특히 올해에는 최정이 부상을 입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더욱 걱정스러웠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세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SSG와 4년 총 110억원에 계약한 최정은 개막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우려를 샀다. 최정은 5월2일이 되어서야 1군 전력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바라봤던 최항은 “형이 그동안 어떻게 해왔는지 계속 옆에서 봐왔다. 그래서 이번 기록을 달성했을 때 내가 더 뿌듯한 마음이 큰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야구 후배로서 바라본 최정은 언제나 동기부여를 주는 선배다. 최항도 최정의 기록을 보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올시즌 1군에서 3경기를 뛰었고 현재는 퓨처스리그에서 다시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최항은 “형을 보며 늘 많이 보고, 배운다. 나도 더 많이 연구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