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이 연루된 간첩 사건 등을 거론한 것에 대해 중국이 "한중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관련 상황에 주목했다"며 "한국 측의 언급에 깊은 놀라움(意外·뜻밖)과 불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계엄령 사태가 벌어진 이후 지금까지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내정이므로 논평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말을 아꼈으나, 이날 윤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거명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 대변인은 "한국 측이 내정 문제를 중국 관련 요인과 연관 지어 이른바 '중국 간첩'이라는 누명을 꾸며내고, 정상적 경제·무역 협력을 먹칠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는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이롭지 않다"고 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해외에 있는 중국 공민(시민)에 현지 법률·법규를 준수할 것을 일관되게 요구해왔고, 우리는 한국 측이 언급한 관련 사건이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음에 주목했다"며 "중국과 한국 관련 부문은 계속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 측이 중국 공민이 연루된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중국에 사건 처리 상황을 제때 통보하며, 사건에 연루된 중국 공민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담화에서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 내 군사시설을 촬영한 중국인 3명이 적발된 일과 드론으로 국가정보원을 촬영한 40대 중국인 사례를 들었다.
윤 대통령은 또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라며 "원전 산업,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미래 성장 동력은 고사될 것이고,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 삼림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마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중국산 태양광 시설' 관련 언급에 대해서는 "중국의 녹색 산업 발전은 세계 시장의 수요와 기술 혁신, 충분한 경쟁의 결과"라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환경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중요한 공헌이기도 하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매체들은 이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 가운데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대목을 부각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신화통신과 중국중앙TV(CCTV) 보도 내용을 토대로 윤 대통령의 담화를 전하면서 '봉배도저'(奉陪到底·자신과 관련된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고 끈질기게 버틴다)를 제목으로 뽑았다.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 제목 역시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를 부인하고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다'였다. 다만 중국 매체들은 담화에 언급된 중국 관련 내용은 빼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례적으로 한국의 탄핵 정국을 연일 자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부각하려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