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서방 5개국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한국 주재 대사들이 최근 한자리에 모여 한국의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과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 공유가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은 11일 "지난 6일 오전 주한 영국 대사관에서 파이브 아이즈 5개국 대사가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파이브 아이즈 대사들은 주기적으로 만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엔 특히 계엄 시국에 관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5개국 대사관은 중앙일보에 "대사의 일정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다"는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입장을 밝혔다.
앞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관련한 상황을 외교 채널을 통해 제대로 공유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소수가 주도해 극비리에 계엄을 준비한 터라 외교안보라인도 거의 배제됐다.
무엇보다 주한미군 주둔 등 이유로 안보 우려를 가장 긴밀히 공유하는 유일한 동맹인 미국에도 사전 공유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사후 협의도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미국은 계엄 사태 직후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은 별도 채널을 통해 계엄과 관련해 각국이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 내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북한이 이를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역시 공세적 위협에 나설 수 있고, 최근 북한과 사실상 동맹에 가까운 조약을 맺은 러시아가 한반도 상황에 개입하려 할 수도 있다.
정부가 각급에서 주요 동맹·우방국을 상대로 설명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5일과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두 차례 만났고, 9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났다. 골드버그 대사는 조 장관을 만나 이른바 ‘한덕수-한동훈 공동국정운영 체제’에 대해 "헌법에 부합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지난 9일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를 만나 국내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