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법에서 게임문화법으로”…게임법 전면개정, 남은 쟁점은?

2025-11-18

게임산업을 둘러싼 법·제도 틀을 20년 만에 갈아엎는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을 두고 국회·정부·업계·법조계가 한 자리에 모였다. 전반적인 방향은 “바다이야기 악몽에서 벗어나 게임을 문화·국가전략산업으로 보는 법으로 바꾸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디지털·특정장소형 이원화, 게임진흥원 설립, 경품 규제, 사행성 유사게임 규율 방식 등 세부 쟁점에선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게임산업법 전면개정안, 무슨 내용을 담았나?' 토론회를 개최하고 개정안의 취지와 주요 내용을 공유했다.

게임법 전면 개정안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게임문화 및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개정해 게임의 문화적 성격을 전면에 내세운다. 조 의원은 “게임은 국민이 함께 지키고 키워야 할 문화콘텐츠라는 점을 법명에 담았다”며 “20년 전 규제 프레임을 유지하는 일부개정이 아니라,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사실상의 제정법”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게임 유형을 디지털 게임과 특정장소형(아케이드) 게임으로 나눠 다른 규제 틀을 적용하는 이원화다. 개정안은 디지털 게임에 대해 게임시간 선택제 폐지, 전체이용가 게임의 본인 인증·법정대리인 동의 의무 폐지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대신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특정장소형 게임에는 기존 수준의 강한 규제를 유지한다. 경품 제공 금지 조항도 원칙적으로 특정장소형 게임에 한해 적용하고, 디지털 게임에는 완화하는 방향을 담았다.

학계와 법조계는 이러한 방향에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이승훈 게임법과정책학회 이사(안양대 교수)는 “PC방·온라인 중심이던 2000년대와 달리 지금은 모바일, 클라우드, 기능성 게임, 국방·교육·의료 등으로 생태계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장소 규제가 콘텐츠 전체를 옥죄던 구조에서 벗어나, 디지털 게임에 맞는 규율과 진흥체계로 전환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수석 전문위원도 “이번 개정은 규제 '완화'라기보다 국제 기준에 맞춘 합리화·정상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사행성 유사 게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디지털 게임이라도 카지노·불법 도박을 모사하는 게임은 규율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사행행위규제법 개정이나 게임법 내 보완 조항 등 제도적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버넌스 개편도 이번 전면개정의 축이다. 개정안은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관련 조직을 통합해 가칭 '게임진흥원'을 신설하고, 이 기관이 게임 진흥과 등급분류를 통합 수행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진흥과 규제를 한 기관에 묶는 구조에 대해선 신중론도이 나온다. 최재환 과장은 “게임을 담당하는 전담 기구를 강화하자는 취지에는 정부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현 게임위와 콘진원을 통합했을 때 지능과 규제가 균형 있게 운영될 수 있을지, 콘진원이 맡아 온 수출·AI·전략 과제와의 연계가 약화되지는 않을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일 수석 전문위원도 “게임진흥원 내부에 등급·관리 기능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사전검열금지 원칙과 충돌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대법원 판례 기준을 충분히 검토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품 규제는 업계와 이용자 모두 민감하게 봤다. 개정안은 특정장소형 게임에만 경품 제공 금지를 유지하고 디지털 게임에는 완화하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구체적인 수위는 남은 입법 과정에서 조정될 전망이다. 최재환 과장은 “현행 전면 금지 규정을 유지할지, 어느 수준까지 완화할지에 대해 업계와 이용자, 의원실과 긴밀히 협의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가족형 오락실과 포인트·리데믄션(포인트를 상품으로 교환) 구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대형 쇼핑몰 등에 있는 가족형 오락센터까지 바다이야기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과도하다”며 “현재 과기정통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실증 중인 리데믄션 모델을 게임법 체계 안으로 정식 편입해, 건전한 범위 내에서 자율과 보호의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승래 의원은 “게임을 중독과 사행의 프레임에서 문화와 산업의 프레임으로 옮겨심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출발점”이라며 “토론 과정에서 나온 보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신속한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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