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축산식품부가 다음 달 초 야심차게 '공공배달앱 플랫폼'을 내놓는다. 전국 12개 지자체에 흩어져있는 공공배달앱을 포털 형태로 묶어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형태다. 배달 수수료가 낮은 공공배달앱을 활성화해 외식물가를 잡겠다는 취지다. 배달앱 3사가 독과점을 형성하는 시장에서 공공배달앱 점유율을 늘려 경쟁 체제를 구축하면 수수료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깔려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높은 배달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자체들은 앞다퉈 공공배달앱을 내놨다. 하지만 홍보 부족이나 운영 미숙으로 이용률이 저조해 슬그머니 하나 둘 자취를 감췄다.
현재 운영 중인 공공배달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배달 수수료는 0~2%로 민간배달앱에 비해 최대 7%p 이상 낮지만 입점 가맹점이 턱없이 적다. 이는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또 할인 쿠폰이나 카드사 혜택, 무료 배달 등을 적용하면 민간배달앱이 오히려 저렴한 경우도 있다.
가맹점은 높은 수수료에도 꾸준한 주문과 홍보, 관리가 편한 배달앱 3사를 선호한다. 언제 주문이 들어올지 모르는 공공배달앱에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입점할 유인이 적다는 의미다. 이러한 한계에 부딪히자 농식품부가 공공배달앱을 한데 묶은 플랫폼을 내놓고 이를 홍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번 공공배달앱 플랫폼 역시 고객 접근성이 썩 나아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별도 앱은 고사하고 aT가 운영하는 외식정보 웹사이트 'The외식'에 카테고리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해당 사이트 인지도는 차치하더라도 사이트에 접속해 본인 지역의 공공플랫폼을 확인하고 다시 주문하는 과정이 매우 지난하다.
이 사업 예산은 총 5억원이다. 이 중 플랫폼 구축에 약 2200만원이 쓰였다. 별도 앱을 구축하는 비용을 줄인 나머지 4억 7000여만원의 예산은 모두 공공배달앱 홍보에 투입한다. 5억원이 채 안되는 홍보비로 공공배달앱 플랫폼 인지도를 높이고 가맹점과 소비자 유입을 늘릴 수 있을지 의문부터 든다.
배달앱 1위사인 배달의민족의 2023년 기준 광고선전비는 533억원이다. 여기에 주문처리, 배달품질, 업주 지원, 고객가치 강화 등에 쓰이는 종업원 급여는 4527억원에 달한다. 배달앱 서비스와 홍보를 위한 비용 차이가 무려 1000배가 나는 셈이다.
수수료가 적은 공공배달앱으로 외식 물가를 낮추고 입점업체들과 상생하자는 취지는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공공배달앱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가령 지자체는 공공배달앱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중앙부처는 잘하는 지자체에 그에 상응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중앙부처가 지자체를 지원하는 카드는 수 없이 많다. 직접적으로 사업을 지원할 수 없다면 해당 지자체가 원하는 사업에 가점을 줄 수도 있다.
농식품부는 주무부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식재의 투명한 유통, 농산물의 수급 안정, 농가 지원에 따른 생산비 인하에 집중한다면 외식물가도 자연히 선순환을 이루지 않을까. 당장 눈앞에 '보여주기 위한 정책'은 땜질 처방에 불과할 것이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