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차 몰아 '원정 쇼핑'…국경 넘는 튀르키예인들, 무슨일

2025-11-15

튀르키예인들이 국경을 넘어 인근 국가인 그리스에서 장을 보는 이른바 ‘원정 쇼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 통계청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서 “원정쇼핑을 위해 그리스를 찾은 방문객 수가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튜브나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저마다 원정쇼핑 경험담을 공유하기 바쁜 튀르키예인들의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원정쇼핑을 하려면 장시간의 이동, 여권심사와 입국심사 등 다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의 장바구니 물가가 튀르키예와 비교해 2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튀르키예인들은 불편을 감수한다고 한다.

튀르키예인들 사이에서 원정 쇼핑 명소로 소문난 곳은 이스탄불에서 약 380km 떨어진 그리스 해변 도시 알렉산드루폴리다. 튀르키예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에 사는 48세 남성 시한 치탁은 이날 4시간을 넘게 차를 몰아 알렉산드루폴리에 도착했다. 그는 “매달 국경을 넘어 그리스에 온다”며 “오늘은 와인, 치즈, 올리브 오일 등 식료품을 구입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튀르키예 여행사들은 앞다퉈 알렉산드루폴리로 향하는 당일치기 버스투어 상품을 내놓고 있다. 가격은 버스표와 출국세를 포함해 약 50유로(약 8만 4600원)다. 투어에 참가한 튀르키예인들은 단순히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맛집 탐방이나 시내 관광을 즐기기도 한다. 심지어 튀르키예에서 할 수 없는 ‘가성비’ 식사를 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금리 올려 인플레이션 잡았지만…물가는 여전히 높아

블룸버그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튀르키예 정부의 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역설’이라고 짚었다. 레제프 타이이안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과거 저금리를 유지했지만,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자 2023년 중반 이후 금리를 올리고 리라화 가치를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했다.

그 결과 식품 인플레이션이 54%에서 35%로 완화했지만, 튀르키예 국민들이 느끼는 실제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높다고 한다. 튀르키예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통화정책 전환 이후 지난달까지 튀르키예의 식품·비알코올 음료 물가지수는 무려 144% 상승했다.

이에 대해 튀르키예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외즈귀르 오젤 대표는 지난 4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민들을 해외로 내몰아 식료품을 사게 만들었다”며 “이게 바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랑해 온 나라인가”라며 비판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월 각료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물가 인상은 탐욕에 기인한다”며 물가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물가 안정 대책은 제시되지 않은 채 국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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