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라더니 휴대폰 강매"…청년 두 번 울린다

2025-03-17

지난해 3월 구직사이트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30대 정 모 씨는 첫 출근 후 4시간 만에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다. 면접을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취소 가능성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던데다 오히려 정부 지원 사업을 이유로 거주지 이전과 업무 학습을 당부하기도 했기에 취소 통보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았다. 정 씨는 법적 조치를 알아보기 위해 거주지 인근의 한 노동권익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받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듣고 포기했다.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그냥 쉬는’ 청년이 12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2030세대의 취직 의욕을 꺾는 취업 사기나 거짓 구인 광고가 횡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7일 서울경제신문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부에 접수된 거짓 구인 광고 신고 건수는 404건으로 2023년 365건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거짓 구인 광고 신고는 2020년 190건, 2021년 278건, 2022년 334건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신고 처리 결과 미채용이나 채용 마감 불만 등으로 분류돼 ‘위반 없음’ 처리된 사례는 2023년 172건에서 2024년 334건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세부 사항 미기재나 요구 자격 허위 기재 등으로 ‘행정지도’ 처분을 받은 사례는 54건에서 75건으로 증가했다.

한 예로 30대 황 모 씨는 2월 온라인 구직사이트에 게시된 한 업체의 세무회계 정규직 구인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고 면접을 보러 갔다. 하지만 면접장에서 회사 측은 갑자기 4대 보험 가입이 안 되는 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황 씨는 억울함에 법적 대응까지 고려했지만 당장 시간과 돈이 부족했던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취업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취업 사기와 관련한 법률 상담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취업 사기 관련 상담 건수는 2022년 57건, 2023년 66건, 지난해 69건으로 늘어났다. 상담은 대부분 취업을 빙자한 금전 요구나 취업을 미끼로 한 제품 구매, 취업 사기 피해에 따른 민형사상 절차 문의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에 따르면 채용 게시글을 보고 면접을 보러 사무실로 찾아간 구직자에게 되레 휴대폰 구매를 강요한 업체, 구인구직 온라인 사이트에 성매매 알선 의심 광고를 올리는 업체도 있었다. 경력 사항 오기나 채용 마감 기한 미준수, 모집 직종 미기재 등 사실상 거짓 구인 광고에 해당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취업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급감함에 따라 일자리를 잃었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집에서 그냥 쉬는 ‘청년 백수’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이달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거나 비경제활동 인구 중 ‘쉬었음’ 또는 ‘취업준비자’인 청년이 120만 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의 경우 전 연령층 중 유일하게 취업자 수가 낮아진 세대였으며 20대 또한 구직단념자가 1년 전 대비 3만 명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취업 사기 의심 신고도 끊이지 않고 접수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취업을 미끼로 수천만 원을 가로챘다는 내용의 신고를 수 건 접수해 이를 병합수사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자는 8명이며 총 피해 금액은 5억7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강대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취업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다 보니 구직에 실패하는 빈도가 잦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정신적인 측면에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취업준비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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