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샀다…‘하자’는 덤이라고?

2024-07-06

회사원 이은수씨(가명)는 경기 부천시 소재 아파트 한 채를 장만했다. 새집 마련의 기쁨도 잠시, 누수로 폭포수처럼 물이 쏟아지거나 외벽에 금이 간 부실시공 이슈를 다룬 기사를 접할 때마다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입주자 커뮤니티에서 ‘하자’는 금기어다.

“아무래도 집값을 의식한 ‘쉬쉬 여론’ 때문이겠죠. 우리 아파트는 별 문제가 없는지 같은 단지 입주자들의 의견을 참고할 수 없어서 외부 업체에 점검을 의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파트 사전 점검 대행업체 ‘홈체크’팀과 함께 이씨의 새집을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3인1조팀은 맨눈으로 하자를 찾는 건축 실무 전문가와 단열 측정기, 레이저 레벨 등 도구로 눈에 보이지 않는 하자를 잡는 전문가 그리고 이 모든 하자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담당자로 구성됐다.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보통 1시간 반에서 2시간이 소요된다. 의뢰 비용은 보통 공동 구매 시 3.3㎡당 1만원선이다.

박안종 소장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금속 봉으로 바닥 타일을 빠르게 두드려 나갔다. 문제 있는 타일을 잡아내는 작업이다. “동전이나 수저로 타일 표면을 두드려보면 확연히 소리가 다른 지점이 있을 거예요. 제대로 붙지 않고 들뜬 타일 위에 무거운 물건이 떨어지면 잘 깨지니 반드시 입주 전 확인해야 합니다.”

타일과 벽면의 이음새 틈새를 찾는 것도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점검이다. 틈새에 먼지가 쌓이면 오염물이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 이를 꼼꼼하게 메워야 한다. 현관 이외에도 주방 싱크대와 천장 몰딩에 약간의 틈새 하자가 있었다. 주방 타일 틈새에는 기름때와 먼지가 끼기 쉽다.

점검팀은 이어 욕실과 베란다 같은 습식 공간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배수가 원활한지, 물이 고이는 곳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어 창문을 열지 않은 채 라돈 측정기를 켰다. 새집 증후군을 피할 수 있는 환기의 중요성을 고객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하자가 빈번하게 발견되는 곳은 어디일까? 홈체크팀은 도배와 바닥재, 창틀을 꼽았다. 아무리 세심하게 작업해도 몰딩과 문틀 마감이 들뜨거나 찍힌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유심히 봐야 한다.

창틀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집도 꽤 많단다. 이씨의 집도 거실 창의 수직이 정확히 맞지 않아 손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창문 하자는 곧 단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창문은 전체적인 수직·수평을 확인하고 창문을 한 번 세게 닫아본다. 이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닫혀야 한다.

이인열 팀장은 레이저 레벨기로 집 안 곳곳의 바닥 수평도를 점검했다. 사전 점검을 받지 않으면 보통 가구를 들여놓고 나서야 알게 되는 하자다. 바닥 수평의 허용 오차 범위는 10㎜ 이내(업체 규정 기준)이다. 이씨의 집 바닥은 가장 많이 차이 나는 곳이 4~5㎜였다.

이날 점검팀은 약 100여건(도배와 싱크대 틈새, 방문 손 끼임 방지 장치 미설치 등)의 하자를 잡아냈다. 다행히 베란다의 들뜬 타일과 수직이 서로 맞지 않는 거실 창을 제외하고는 심각하지 않다고 했다. 이 정도면 꽤 양호한 현장이다.

이 팀장은 “요즘 아파트 하자 이슈 때문인지 시공사들이 매스컴이나 여론의 눈치를 많이 본다”며 “우리가 100개의 하자를 잡으면 70%는 해결해주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하자는 정확한 점검 데이터 자료를 들고 강력하게 재시공을 요구할수록 고쳐지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신축 아파트 하자 점검 전문업체는 최근 2~3년 새 부쩍 늘었다. 코로나19 시기 부실시공 관련 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주택 사업주체는 사용 검사 전 입주 예정자가 미리 공사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경기도의 한 신축 아파트 시공사가 사전 점검 기간 하자 점검 업체를 대동할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 논란이 됐다. 하자를 감추고 싶은 이와 하자를 구석구석 찾아내는 이들… 시공사와는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실내에 3명 이상 들어가지 못한다는 규정으로 저희의 출입을 막은 아파트도 있었어요. 위임장을 들고 가 점검하다 입주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쫓겨난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새집만 하자 점검 의뢰를 맡기지 않는다. 김원정 매니저는 “매매가 아닌 전세 입주 때도 점검을 의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집주인과 세입자 간 시설 관련 손해배상 분쟁이 나면 기존 하자였음을 증명할 자료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