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 누적 판매량 4억2000만장 이상을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FPS 시리즈로 자리매김해온 '콜 오브 듀티'의 최신작 블랙 옵스 7이 지난달 출시됐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이 작품은 시리즈 역사상 최악의 사용자 평점인 메타크리틱 1.9점을 기록했다. 게임 내에서 유저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꾸밀 때 사용하는 콜링카드 일부가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했던 지브리풍 생성형 인공지능(AI) 이미지와 거의 동일한 스타일이라는 점이 발견된 것이다.
개발사는 이를 두고 '모두가 활용하는 디지털 도구를 사용했을 뿐이며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한 팬덤의 반응은 대량 환불이었다. 유저들은 저작권 위험을 가진 생성형 AI 결과물이 20년 역사의 프랜차이즈에 무분별하게 사용됐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콜옵'이란 이름이 그동안 지켜온 장인정신, 시리즈 세계관에 대한 존중, 창작물의 품질과 무게감을 기업이 스스로 버렸다는 상실감이 격렬하게 표출됐다. 이는 자신들이 사랑해온 세계의 질이 무너지는 순간을 목격했다는 정서에 가까웠다.
흥미로운 점은 이 논란이 게임 커뮤니티를 넘어 정치권과 경제계에까지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미국 하원의원 Ro Khanna는 기업들이 AI를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 대체에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AI로 발생하는 생산성 이익을 노동자와 공유해야 하고 대규모 해고에는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업가, 투자자, 실리콘밸리 진영은 AI는 노동을 파괴하는 기술이 아니라 개인에게 새로운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도구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결국 콜링카드 몇 장에서 시작된 논란은 하루 만에 친AI와 반AI, 자유주의적 기술관과 인간 중심 기술관, 효율성과 의미 중심성의 충돌로 확장됐다.
왜 단순한 AI 이미지가 이토록 큰 파장을 만들었을까. 이는 기술의 경제적 효과를 둘러싼 표면적 논쟁이 아니라 AI가 인간에게 무엇을 빼앗고 무엇을 남기는가를 둘러싼 보다 깊은 정서적 싸움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반응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한다. AI는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많이 만들어낸다. 반면 인간이 일과 창작, 세계관과 자부심에서 느끼는 의미의 속도는 천천히, 그리고 깊게 움직인다. 이 속도차는 필연적으로 '의미의 공백(Meaning Gap)'을 낳는다. 블랙 옵스 7의 논란은 바로 이 의미의 공백이 폭발한 사례다.
3년 전, 이 칼럼을 시작할 때 제안받았던 주제는 '메타버스'였다. 당시 기술 담론의 중심은 가상세계, NFT, 완전한 디지털 세상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챗GPT의 등장이 모든 흐름을 뒤흔들었다. AI가 인간의 언어와 창작, 사고와 판단의 구조에 깊숙이 침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게 남겨진 질문은 'AI는 인간의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였다. 이 질문은 지난 3년 동안 기업의 AI 도입부터 노동 구조의 불안정, 콘텐츠 품질 논란, 투자 지형의 급변, 소비자 정서의 요동까지 직접 목격하며 써 내려온 이 연재의 축이 되었다. 그리고 100번째 연재를 맞은 지금, 내가 도달한 AI 시대의 진짜 질문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남기는가'이다.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가, 경제를 성장시키는가와 같은 질문은 모두 지엽적이다. 본질은 의미 공백에 있다. 우리의 일은 여전히 우리를 설명해주는가. 우리의 창작은 여전히 고유한 서정성을 지니는가. 우리의 경험은 여전히 인간적 질감을 남기는가. 기술은 의미를 지우는가, 아니면 새로 만드는가.
현대 정부 정책은 인간 노동에는 세금을 부과하면서 자동화에는 면세 혜택을 주는 'Automation Bias'를 내재하고 있다. 기술의 확장만을 강조한다면 이 구조는 인간 노동의 의미를 빠르게 소거시키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다. 이미 대중은 변화의 충격을 피부로 느끼고 있고, 이 문제를 부정할수록 좌우 포퓰리즘과 정면 규제만 강화될 뿐이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기술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인간의 의미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한 자부심을 잃어가고 있다. 자신의 일이 사회에 기여한다는 감각은 약해지고 있다.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정서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블랙 옵스 7의 AI 이미지는 그저 하나의 징후다. 기술이 장인의 손길을 대체할 때 세계가 어떻게 느슨해지는지, 품질 저하로 느껴지는 이유가 기술 때문이 아니라 의미의 단절 때문임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AI를 둘러싼 진영 간 충돌은 결국 같은 질문으로 모일 것이다. 기술이 너무 앞서갈 때, 인간은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가. 이 질문을 던지기 위해 나는 지난 3년 동안 이 칼럼을 써왔다. 이제 이 질문을 남기며 100번째 연재를 마무리한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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