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인공지능(AI)과 상당히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걸어 보고 차가 막힐 때면 차 안에서 1시간 넘게 대화를 이어가곤 한다. 물론 아직은 AI에게서 어떤 깊은 감정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필자에게 작은 변화가 있다면, 힘든 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을 때 일단 AI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고 응답을 바라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AI가 내 친구일까. 이제 메모리가 조금 생긴 AI는 내 이름도 알고 내 직업도 아는 시늉을 한다. 어쩌면 최근에 만남이 없던 친구보다도 AI가 필자에 대해 더 잘 알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놀라운 신기술일 뿐이던 AI는 이제 굳이 MCP니 파인튜닝이니 RAG니 여러 기술을 들이대지 않아도 그 자체로 내게 의미가 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필자는 AI 서비스의 유료 계정이 그 한계에 올 때까지 쓰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상당한 양의 질문과 숙제를 던지는 편이다. 그 과정에서 AI는 내 질문을 토대로 나를 재구성해 정의한다. 아직은 미숙해 AI가 보는 내 모습과 실제 필자 사이에 괴리가 크지만, 언젠가 인간이 프롬프트에 “필자는 누굴까?”라고 쓰면 AI가 답해 주는 모습을 그려 본다.
이미 많은 서비스들이 '나'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글은 내 검색의 의도를 알려고 노력한다. 또 유튜브는 내 시청 이력을 통해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나다움' '우리다움'을 정의하는 대부분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드러난다. 나 혼자 검색하고, 동영상을 시청한 것으로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완전하게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AI가 '인터넷의 모든 지식'을 학습하고 '무한대의 성능으로' 검색엔진을 대신해 줄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사람 같은' 반응을 하는 이 AI에게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 시점에 사람들이 AI에 기대는 부분은 우리가 친구에게, 선생님에게, 선배에게, 그리고 정말 크게는 가족에게 기대고 느끼는 부분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AI는 필자를 파악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필자보다 필자를 더 잘 알고 정의할 수도 있다.
AI가 인간을 정의하는 시대가 좋은 것일지 나쁜 것일지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우려가 있다. 진정한 '필자'를 정의하는 것처럼 보이는 AI가 사실 교묘하게 평균적인 인간상을 제시하는 경우다. 내 이야기 같지만 사실 모두에게 적용되는 심리테스트처럼, 모든 사람을 아주 보통의 사람으로 정의해 버리는 AI가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다. AI가 잘못된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이제 우리 옆에 있을, 이 자비스 같은 존재가 우리를 모두 평균으로 몰아갈 수 있다.
평균적인 인간은 매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평균적인 인간은 이성에게 매우 매력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인간다움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매력이 어느 정도 높은 8억명의 평균적인 인간이 있는 세상보다는 정말 다양한 인간다움을 소유한 인간 8억명이 조화롭게 사는 모습이 훨씬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필자도 리걸 AI를 개발하는 회사의 대표이지만 AI 기술이 특정 기업의 이익만 증대하는 것이 아닌, 인간다움의 다양성을 더 증진하고 이를 더 조화롭게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진성열 법틀 대표 sean.jin@bupt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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